우리금융 "大生인수 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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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한생명 매각 추진 일지

▶1999년 3월=금감원, 대생 경영관리 명령·매각작업 착수

▶9월=금감위, 부실금융기관 지정·공적자금 투입 결정

▶11월=공적자금 2조원 투입

▶2001년 9월=공적자금 1조5천억원 추가 투입

▶12월=한화·오릭스컨소시엄, 메트라이프 대생 인수의향서 제출

▶2002년 3월=금감위, 한화 계열사 분식회계 적발, 인수자격 논란

▶3월=메트라이프, 대생 인수의사 철회

▶4월=전윤철 부총리 "대생인수는 자격보다 가격이 중요"

▶6월=공자위, 한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7월=한화 김승연 회장, 대생 인수포기 시사 발언

▶7월=우리금융지주, 대생 인수 의사 표명

우리금융지주가 정부에 대한생명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이는 대한생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이 대생 인수를 중도 포기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우리금융의 고위 관계자는 31일 "한화에 대한 매각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대생을 인수할 의향이 있음을 정부에 최근 전달했다"며 "정부로부터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는 은행과 증권·카드사 등을 거느리고 있지만 보험사가 없어 외국 기관과 합작 등 생보업 진출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대생을 인수할 경우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은 다만 거액의 인수자금을 확보할 길이 없어, 대생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에 우리금융의 신주를 발행해 주고 대생 주식을 받아오는 주식 스왑방식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나중에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을 통해 대생 매각대금도 동시에 회수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한화와의 매각 협상에 최선을 다할 뿐이며 다른 방안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보 관계자도 "공적자금을 곧바로 회수하지 못하고 또다른 공적자금 투입 기관인 우리금융의 주식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금융이 대생을 떠안으면 우리금융 주가가 떨어져 공적자금 회수액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측은 "우리금융은 부실을 털어낸 결과 지난해 7천억원에 이어 올해는 1조원 이상의 순익을 올리게 됐다"며 "우리금융 주식가치는 앞으로 계속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공적자금 회수액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각종 인수자격 시비에도 불구하고 한화 이외엔 대안이 없다던 정부로서 또 다른 선택 카드를 갖게 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정부가 매각을 서두르고 있지만 대생은 이미 경영이 정상화됐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을 늦추면 더 좋은 조건에 팔 수도 있다"며 "정부는 우리금융을 포함해 새로운 대안들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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