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음식은 '다이어트 보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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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한낮엔 숨이 턱 막히는 찜통 더위가 괴롭히고, 한밤엔 열대야가 극성을 부려 잠을 설치기 일쑤다. 하루 종일 땀만 나고 어깨는 축축 늘어진다. 장마 덕에 초복·중복·대서는 그럭저럭 피했는데 말복(8월 10일)까지 넘길 일이 암담하다.

이럴 때 일반인들은 보신탕·삼계탕·추어탕 등 일명 보양식이라는 것을 떠올리지만 개고기나 미꾸라지 등을 기피하는 사람들은 지친 몸을 추스를 만한 음식을 찾는 게 쉽지 않다.

한국전통사찰음식연구소(02-355-5961)의 적문 스님은 "사찰에서는 세간과 달리 몸에 좋다는 고기는 물론 오신채(파·마늘·달래·부추·흥거)도 쓰지 않지만 한여름에 몸을 보하면서 수행정진을 돕는 좋은 음식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석가모니께서 깨달음을 얻기 직전에 설산에서 6년간 고행하신 몸을 보양한 '유미죽'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유미죽은 우유에 연근·쌀·콩·보리·땅콩·참깨 등을 섞어 만든 고단백 죽이다. 동남아 불교국가에서 주로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적문 스님은 "사찰음식은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열매·뿌리·잎사귀 등 약리 작용을 가진 재료로 만든 음식인 만큼 보양식이 아닌 것이 없다"며 "그러면서도 세간에서 먹는 보양식과 달리 살이 찔 염려가 전혀 없는 다이어트식"이라고 강조했다.

기가 허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데 이를 보충해 주는 보기(補氣)식품으로 인삼·마·고구마·유자·매실·찹쌀 등이 있다.

혈액이 부족해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보혈(補血)식품으론 연근·당귀·오미자·대추가 대표적이다. 식은 땀이 나는 경우엔 당근·무·상추·메밀 같은 보음(補陰)식품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한다.

적문 스님은 사찰음식 중에 사시사철 일반 가정에서도 접할 수 있는 보양식으로 찰밥과 미역국을 꼽았다. 찰밥은 기를 보하는 데 으뜸이고, 미역국은 엉킨 피를 풀어 맑게 해준다는 것.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요즘은 제철 식품인 연을 많이 섭취할 것을 권했다.

연씨(연자)·연뿌리(연근)·연잎 등은 자양강장식으로 부족함이 없고, 특히 연씨는 수험생의 정신 집중력을 높이는 데 그만이란다.

적문 스님은 가정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연자를 이용한 영양보양식 '연자밥'을 비롯해 '마 야채 지짐''유미죽'등 사찰 보양식 만드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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