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간 지구 두바퀴 돌며 1,400억원 유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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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통신망 사업자인 지앤지네트웍스의 채승용(50·사진)사장은 지난해 12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불과 4개월 사이에 지구를 두바퀴나 돌았다.

호사스러운 유람이 아니라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주주들을 상대로 '증자'에 참여해 달라고 설득하기 위한 강행군이었다.

이 회사의 주요 주주는 파마·H&Q·캐피털그룹 등 외국의 투자운용사들. 이 투자운용사에 돈을 맡긴 전세계의 많은 투자자들이 실제 주주인 셈이다.

이 결과 지앤지네트웍스는 30일 1천4백억여원의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그가 제시한 회사의 비전을 보고 주주들이 흔쾌히 1천억원대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특히 홍콩의 투자회사인 다비아시아인베스터는 3천7백만달러(약 4백44억원)를 투자했다.

"월드컴 등 해외 통신사업자들이 줄줄이 파산신청을 하고 국내 통신시장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자금 유치가 이뤄진 것은 지앤지네트웍스의 장래를 밝게 본 때문이죠."

이번 자금유치 전까지 지앤지는 재무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송유관공사의 자회사였던 지앤지는 2000년 민영화된 이후 5천억원을 투자, 전국에 1만5천㎞의 광통신망을 거미줄처럼 갖췄다. 주요 사업은 기업들에 전용 광통신망을 빌려주는 것. 그러나 통신망의 공급과잉 속에서 매출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지앤지 망의 총 길이는 KT의 10분의 1밖에 안되지만 품질 면에서는 뛰어납니다. 투자자들은 매년 인터넷 접속량이 80%씩 늘어나는 한국에서 지앤지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요즘 지앤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MAN(Metropolitan Area Network)'. 서울·부산 등의 지하철 선로를 따라 깔아놓은 광통신망을 지하철역 가까이에 위치한 기업에 연결,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고품질의 음성 통화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맞춤형 통신상품인 셈이다.

그는 평소 '개그 콘서트 경영'을 주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TV 인기 프로그램인 '개그 콘서트'는 특출한 스타 개그맨 없이 완벽한 팀워크로 인기몰이를 합니다. 통신망 서비스업체인 우리도 전직원이 호흡을 잘 맞춰야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대 대학원에서 인공지능 및 컴퓨터과학을 공부한 채사장은 현대정보기술 상무·한국피에스아이넷 대표 등을 역임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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