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코비치 총리 사임…우크라이나 안정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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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재투표에서 패배한 여당 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가 지난해 12월 31일 총리직에서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국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야누코비치 총리는 선거 결과 불복을 선언하며 총리직 사임을 거부해 왔다.

야누코비치 총리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대(對)국민 연설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현정부 내의 어떠한 직책을 맡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돼 총리직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야누코비치는 그러나 "(앞으로)독립 정치인으로서 정치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누코비치는 지난해 12월 26일 치러진 대선 결선 재투표에서 빅토르 유셴코 야당 후보의 승리 확정 이후에도 법정소송을 계속하겠다고 버텨 왔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1일 자신이 이끄는 내각에 대해 의회가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서 총리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정치적 결정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해 왔다.

야누코비치가 이날 전격 사퇴를 결심한 것은 앞서 대법원과 중앙선관위가 여당 측이 제기한 재투표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판세 뒤집기가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유셴코 후보 지지자들이 정부 청사를 봉쇄하고 자신의 청사 출입을 차단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총리직 수행이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선거 결과 수용을 촉구하는 서방 측 압력도 작용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 재투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야누코비치의 사임이 대선 결과를 100% 수용한다는 의미가 아닐 수도 있어 불씨는 여전히 남을 수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2월 30일 야누코비치 후보 측이 "신체장애인과 병약자 등 480만여명이 부당하게 투표에 참가하지 못했다"며 투표 직후 제기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투표에 앞서 헌법재판소가 신체장애인 등의 재택투표를 허용하는 조치를 내렸으나 선관위가 이를 제대로 이행치 않아 다수 유권자의 투표권이 박탈당했다는 이의제기였다. 그러나 선관위는 1차 판결에서 "이것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아직 최종판결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1차 판결이 번복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대법원도 이날 야누코비치 측이 제기한 4건의 대선 관련 소송을 "충분한 근거가 없거나 이의신청 시기가 늦었다"며 모두 기각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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