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지질학자 "대형 지진" 경고 인도네시아서 묵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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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지질학을 10년간 연구해온 저명 지질학자 케리 시(미국 캘리포니아 공대)교수가 대형 참사를 사전에 예고했으나 인도네시아 정부 당국자들이 무시했다고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시 교수는 지난 12월 중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학회에서 "대형 지진이 일어나고 그에 따른 쓰나미로 엄청난 희생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 7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대형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지진과 쓰나미의 가능성을 알리며 해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집을 옮길 것을 권장하는 포스터 5000장을 만들어 인도네시아 섬 지역에 배포했다. 포스터가 배포된 지역은 모두 이번 참사로 집중적인 피해를 본 곳이다.

시 교수는 지난달 "지진이 임박했다. 최소한 해안지역 주민들에게 이 같은 가능성을 알리고 대피 요령을 알리는 교육은 서둘러야 한다"며 인도네시아 정부 당국자를 만나 예방대책을 조언해주고자 했다. 그러나 만나기로 약속했던 인도네시아 관료가 "예산이 없어 조치를 취할 여건이 안 된다"며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했다.

시 교수는 이번 참사에 대해 "지진이 언제 일어날지는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어디서 어떤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지는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 관료 조직은 우리의 예고와 조언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새 지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진앙지보다 남쪽에서 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큰 지진은 대개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게스덴이라는 한 인터넷 언론매체에 따르면 대다수의 지질학자는 다음 지진이 북태평양이나 일본 열도 근처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해왔다. 그러나 시교수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의 산호초를 관찰한 결과 지진이 동남아에서 발생할 것으로 정확하게 예측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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