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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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故 허준구(許準九) LG건설 명예회장은 LG그룹을 창업하고 이끌어온 具-許 양가 중 許씨 가문을 대표하는 경영자였다.

그는 1923년 경남 진양에서 구인회(具仁會)씨와 공동창업자인 故 허만정(許萬正)씨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허만정씨는 구인회 창업회장의 장인인 故 허만식(許萬寔)씨와 육촌(재종)간이다. 그는 具 회장의 창업때 돈을 대고 아들의 경영수업을 의뢰함으로써 LG가 공동창업하게 된 셈이다.

故 許 명예회장은 47년 LG의 모태가 된 LG화학(당시 락희화학공업사)을 창업하면서 영업담당 이사로 출발했다. 그는 이후 LG전자·LG상사 등 LG의 주력 기업들을 두루 거치며 영업현장을 진두지휘해 이들 기업을 반석 위에 올려 놓는데 기여했다.

그는 50~60년대 라디오·TV 등 LG가 국내 최초로 잇따라 내놓은 제품 판매를 도맡아 성장 토대를 마련한 주역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또 68년 초대 기획조정실장을 맡으면서 이듬해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LG화학의 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한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도 했다.

LG의 한 관계자는 "지난 55년간 具ㆍ許씨 양가의 동업관계가 불협화음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故 許 명예회장과 구자경 명예회장이 합리적인 원칙에 바탕을 둔 인화정신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故 許 명예회장은 95년 구자경 회장이 은퇴를 선언하자 창업세대는 동반퇴진해야 된다며 함께 물러나는 등 화합의 모양새를 갖추는 데에도 남다른 신경을 썼다. 은퇴후 구본무 회장과 허창수 LG건설 회장 등 젊은층으로 세대교체를 이룬 후에는 일체 간섭 하지 않았다.

그는 인화를 강조하고 현장을 챙기는 경영스타일 때문에 밖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LG의 두 기둥 중 한 쪽 역할을 철저히 한 창업세대로 손꼽힌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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