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社통일문화연구소심층분석]가격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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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은 개혁·개방시대에 4단계에 걸쳐 가격개혁을 실시했다.1단계(1978~84년)의 출발점은 79년 11월 양곡·야채 등 18가지 주요 농·축산물의 수매가격을 24.8% 인상한 것.

이는 중국이 62년 이후 17년간 유지해온 수매가를 처음 올린 것이다. 북한이 이달 초 56년 만에 쌀 수매가를 ㎏당 80전에서 40원으로 50배 올린 것과 비교하면 인상폭은 작지만 가격개혁의 신호탄이었다.

이어 중국 정부는 82년 1백60종의 공산품을, 이듬해에는 3백50종의 상품 가격을 시장의 수요에 따라 기업이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했다.

2단계(85~89년 상반기)는 주요 생산재에 대해 이중가격제를 실시한 시기. 중국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면서 강철·시멘트 등 건설재가 크게 부족하자 주요 생산재에 대해 이중가격제를 실시한 것.

이처럼 가격 자유화 추진으로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중국 정부는 일단 물가 안정에 주력한 후, 92년 국정가격과 시장가격의 이중가격제를 폐지하고 완전히 시장가격 중심의 가격 자유화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개혁·개방 초기에 가격개혁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국정가격·시장가격 등 네가지 가격체제를 유연하게 운영함으로써 개인은 물론 기업의 충격을 최소화하려 했다.

이에 반해 북한은 이번에 쌀 판매가격을 ㎏당 8전에서 44원으로 현실화했지만, 중국과 달리 국정가격만 존재해 가격개혁이 과연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박사는 "가격개혁이 성공하려면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른 가격탄력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북한의 이번 조치는 가격 자유화가 아니라 단순히 국정가격과 농민시장 간의 가격을 조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가격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가 상품 공급량을 크게 늘림으로써 인플레이션에 강력히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金박사는 "북한의 가격개혁의 성패는 공급량 확보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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