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마법의 음악여행 함께 떠나실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김광진(36)은 좀 특이한 경력을 지닌 가수다. 요즘은 학력 좋은 연예인들도 적지 않지만 그처럼 경영학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이는 드물 듯 싶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미시간대 MBA(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한때 삼성증권 등에서 잘 나가는 증권분석사로 일했다. 4년 전 완전히 직장을 그만둔 뒤 웬만한 고시보다 더 통과하기 어렵다는 미국증권분석사(CFA) 자격증을 지난해 땄다.

그렇다고 학력만 앞세운 그저 그런 뮤지션인가 하면 천만에다. 방송 활동이 적었던 까닭에 얼굴을 알아보긴 쉽지 않지만 "'마법의 성''여우야' 등을 부른 듀엣 '더 클래식' 출신의 가수"라고 하면 모두들 "아!"하고 무릎을 칠 게다. 이소라의 '기억해줘',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 등 많은 히트곡을 가진 작곡가이기도 하다.

"공부하는 게 오히려 쉽다"는 그가 2년 만에 심혈을 기울인 새 음반 '솔베이지'를 냈다. 전체적으로 아주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 음반엔 모던 록에서부터 발라드·포크, 그리고 힙합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적 역량을 보여주는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담겨 있다. "음반도 영화처럼 듣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변화와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곡 배열 순서까지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그의 말이다.

머리곡 '솔베이지의 노래'는 '마법의 성'처럼 클래식하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기다리는 여인의 사연을 담았다. 페르귄트의 희곡을 토대로 한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와 같은 내용이다. 또 타이틀곡인 '동경소녀'는 1970년대 고고풍 록이다. 일본 여인과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경쾌한 템포의 곡으로 표현했다.

이밖에 비오는 날 연인과의 키스를 비타민에 비유한 '비타민'은 객원 여가수 애니의 랩이 제목처럼 상큼한 느낌을 주는 노래다.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오딧세이의 항해'나 통기타와 앰프기타의 음색을 세련되게 조합한 모던 록 스타일의 곡 '출근' 등도 귓전에 감미롭게 다가선다.

요즘 가요계의 PR비 파문에 대해 묻자 그는 "TV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집중적인 마케팅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음악의 질로만 평가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작곡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홍보가 제일 어렵더라"며 씩 웃는다.

그래서일까. D투신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오는 9월부터는 1억여원 연봉의 펀드 매니저로 다시 '속세'에 돌아간다. 솔직히 경제적으로 좀더 풍족한 가운데 음악활동을 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8월 17~18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의 '2002 김광진 새노래 콘서트'(02-450-4387)후 한동안 그를 방송이나 공연장에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