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담긴 연극 만들고 싶다" 이스라엘 국민배우 오르나 포랏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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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스라엘 연극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랍계 배우가 적지 않습니다. 1970년대만 해도 이스라엘 배우들이 아랍 민속극을 아랍 마을에서 공연했죠. 문화예술은 평화와 화합을 지향하는데 정치는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이스라엘에서 '국민배우''공연예술계의 대모'로 통하는 오르나 포랏(78)이 지난 20일 우리나라에 왔다. 그는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아동청소년 공연예술축제(아시테지)의 명예회원이다.

포랏은 영국 군인이었던 남편과 함께 47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이후 그는 이스라엘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하비마 이스라엘 국립극단·카메리 극단 등의 극단장을 지냈다. 79년엔 이스라엘 연극대상과 국회 감사패를 받았다. 아직 현역 배우로 인기도 높다.

"이스라엘로 돌아가면 곧 셰익스피어의 연극 '리어왕'에서 왕 역을 맡습니다. 늙은 왕의 아집과 후회를 남자보다 더 잘 소화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는 본업인 연기 외에 청소년 연극의 발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공연예술이야말로 이들에게 공감대를 만들어 주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세운 '오르나 포랏 어린이·청소년 극단'은 각국의 민속극을 히브리어로 번안한 작품이나 '안네 프랑크의 일기' 등 유대인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극을 공연한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아야 했던 이스라엘인들은 한반도에서 5천년 역사를 이어온 한민족이 부럽습니다. 그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연극에서도 묻어납니다. "

포랏은 "이번에 접한 한국의 문화를 차용해 청소년 연극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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