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해도 야근·출장 걱정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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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은경(34·경기도 용인시 수지읍·피아노 교사)씨는 네살짜리 딸을 둔 맞벌이 주부다.

2년 전만 해도 아이를 돌보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힘들어 직장을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요즘은 종종 밤에도 피아노 강습을 나간다. 2000년부터 아이를 맡기기 시작한 24시간 보육시설에서 딸아이를 밤 늦게까지 돌봐주기 때문이다.

이씨는 "남편과 야근이 겹쳐도 안심하고 늦게까지 일할 수 있다"며 "또래 아이도 많고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해 딸아이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분당·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에 24시간 아이를 돌봐주는 어린이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집은 야근과 출장이 잦은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씨가 아이를 맡기는 분당 금곡동 C어린이집은 생후 12개월부터 7세까지 90여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중 밤늦게까지 있는 야간반은 25명 정도다.

야간반에 아이들을 맡기는 부모들은 교수·선생님은 물론 공무원·간호사·영업사원 등 각양각색이다. 어린이 부모들은 업무에 쫓기는 맞벌이 부부다.

C어린이집의 야간보육은 오후 7시에 시작된다.저녁 식사 후 아이들은 연극 놀이·동화 읽기·종이 접기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한글 놀이나 산수 등 간단한 예비 수업도 한다.

오후 10시까지 남는 어린이는 4~5명. 부모들의 출장이나 밤샘 업무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야간반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집에서 잠을 잔다.

C어린이집이 24시간 어린이를 돌보는 연장 보육을 시작한 1999년에는 아이를 맡기려는 부모가 많아 대기자가 수십명에 이르기도 했다. 원장 설선옥(57·여)씨는 "요즘도 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하루 4~5통씩 온다"며 "직장인들을 위한 24시간 보육시설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신도시 지역 어린이집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야간보육을 시작한 일산 K어린이집은 야간반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많아 밤에도 교사 두 명이 아이들을 돌본다.

원장 송정범(53·여)씨는 "출장 때 장기간 아이를 맡겨두는 부모도 많다"며 "공휴일에는 집에 가지 못한 아이들과 함께 인근 유원지나 공원으로 현장학습을 나간다"고 밝혔다.

밤 늦게까지 야간보육 시설에 아이를 맡길 때 드는 비용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공립시설의 경우 세살 이상 어린이를 기준으로 한달 평균 20만원 정도다. 사립시설은 시·구청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공립의 두배 가량 된다.

중앙보육정보센터 보육지도원 이고은(25·여)씨는 "24시간 보육시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선진적인 보육제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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