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정책 제시… 일단 긍정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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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단기 부양책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주식시장의 1%에 불과한 연기금의 참여를 늘리고, 운용자산의 2%만을 주식에 투자하는 은행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하면 결국 증시에는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책방향 가운데는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생각해볼 것이 아니라 당장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기업회계 부정이 한창 도마에 오른 마당에 정부는 "회계·공시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원론적인 발언에 그쳤다. 아무래도 한가한 느낌이다.

'우리는 기업 회계에 이런 문제가 있어 이렇게 고치겠다'는 정부의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은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를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이기도 하다.

◇주식·채권의 중간형태 신종증권 발행=주식과 채권의 기능을 겸비한 상품으로는 지금도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 있다. 정부는 증시 수요를 확충하기 위해 더욱 다양한 종류의 증권을 내놓을 방침이다.

예를 들어 주가가 오르는 폭에 따라 이자를 주는 '주식연계 채권'이나 채권 만기 때 발행기업이 강제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강제전환증권' 등이 검토되고 있다.

재정경제부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이자로 받다가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맞춤형으로 금융상품을 만들 수도 있으며, 은행이 예금 대신에 이런 신종 상품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기금관리법에 따르면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연기금별 개별법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법에서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연기금은 총 61개 중 17개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원칙 제한'을 '원칙 허용'으로 바꾸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올렸으나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는 다시 개정안을 올릴 방침이다.

◇기업연금 조기 도입=기업연금은 봉급생활자 월급의 얼마씩을 떼내 모은 펀드를 운용한 뒤 퇴직할 때 실적대로 돌려주는 제도다. 퇴직할 때 받을 돈이 정해져 있는 기존의 퇴직금이 정기예금이라면 기업연금은 실적배당 신탁상품인 셈이다. 노조의 반대로 도입이 늦춰지고 있지만 정부는 서둘러 도입한다는 복안이다.

◇증권거래 비용 인하=위탁수수료·증권거래세 등 증권 거래비용이 우리는 거래대금의 0.79% 수준이다. 홍콩은 0.44%, 미국은 0.25%로 우리보다 낮다. 정부는 홍콩·싱가포르 등과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증권 거래비용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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