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출마자들 선거비 축소신고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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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앙선관위는 22일 6·13 지방선거 후보자 1만7백73명의 선거비용 지출 보고 내역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후보자들은 선거비용 제한액의 41.3%인 1천8백41억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지출 규모에서 당선자 가운데 최고는 이명박(明博)서울시장으로 22억4천8백만원, 후보자 최고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김민석(金民錫)후보의 25억5천6백만원이다.

21일 발표된 정당 지출액 1천1백40억원을 합하면 이번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비용은 2천9백81억원으로 나타났다. 98년 제2회 지방선거에 비해 31.2% 증가했다.

여기서 문제는 광역단체장 후보의 지출액이다. 98년 8억5천8백만원이던 1인당 평균 선거비용 제한액이 이번에 10억6천3백만원으로 23.9%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오히려 5억8천2백만원에서 4억6천4백만원으로 20% 가량 줄었다. 반면 기초단체장의 1인당 지출액은 22.5%, 광역의원은 23.9% 늘었다.

정치권 주변에선 이같은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지출액 신고 내역에 대해 "후보들이 당선 무효나 피선거권 상실 등을 우려해 지출액을 허위로 신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반응이다. 민주노동당 후보 등 돈을 거의 쓰지 못한 후보들이 있어 지출액 평균이 낮아진 측면이 있지만 그보다는 후보들이 선거 후 실사를 의식해 대부분의 지출을 음성적 방법으로 행하고 신고액을 크게 낮추었다고 보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도 "선거가 거듭될수록 회계보고가 정밀해져 실사를 통한 허위 신고 적발이 그만큼 어렵다"고 토로했다.

부실 신고도 문제다. 현재 규정으로 정당활동비는 선거법상 선거비용에서 제외된다. 이같은 느슨한 법 규정을 각 정당과 후보들이 악용해 대부분의 선거비용을 정당활동비 등으로 편법 처리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현역 국회의원들이 만들기 때문에 법망(法網)을 빠져나갈 구멍을 최대한 만들어 놓는 것이 현실"이라며 "교묘한 불법·탈법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조항을 더 엄격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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