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大衆性이 가장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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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개미』『타나토노트』 등을 쓴 프랑스의 인기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1)가 17일 한국에 왔다. 최근 펴낸 소설 『뇌』(열린책들)의 홍보와 월드컵 이후 달라진 한국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1994년에 이은 두번째 방한이다.

베르베르의 소설이 번역된 전세계 30여개국 가운데 한국은 가장 큰 시장이다. 나오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인터넷에 팬클럽이 많다.

"한국은 새롭고 열린 나라입니다. 새로운 것에 대단히 관심이 많은 민족이죠. 그리고 학력은 또 얼마나 높습니까. 한국처럼 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나라도 드물죠."

그래서 그는 소설의 여주인공이 호신술로 태권도를 할 줄 안다든가, 동양의 선(禪)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우리나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대중 영합형의 3류 작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현대 소설의 새로운 경향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을 문학의 주요한 소재로 끌어들였다. 게다가 그 저변에는 "인간이 이 지겨운 세상을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인문학적 질문을 빼놓지 않는다. 이를 두고 베르베르는 "내가 추구하는 문학은 좌뇌와 우뇌의 통합, 즉 문학과 과학의 일치"라고 설명한다.

법학도였던 베르베르는 고교 시절부터 과학잡지를 탐독했으며, 프랑스의 유명한 잡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과학 담당 기자로 일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뒤에도 그의 삶은 썩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옛 친구들과 잡담하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본다. 다만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피곤한 직업인 기자 생활을 더 이상 안해도되게 된 것은 행운"이라며 웃었다.

그는 영화광이다. 작품에 몽타주 기법 등 영화적 장치를 활용한다.

그는 "소설 『뇌』를 쓸 때도 영화 만들듯이 스토리 보드를 놓고 작업했다. 영화의 빠른 전개를 염두에 둔다. 그러나 영화와 문학이 상호 대립 관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베르베르 문학의 새로움은 대중의 열화와 같은 반응과는 달리 프랑스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모든 문학은 대중 문학이어야 합니다. 대중이 찾지 않는 예술은 죽은거나 다름없죠. 소수의 엘리트를 만족시키기보다는 다수의 대중을 참여시키기가 훨씬 더 어렵습니다. 노벨문학상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미혼인 베르베르는 오는 22일 오후 5시 부산 교보문고에서 강연과 팬사인회를 한 뒤 24일 프랑스로 돌아간다.

글=우상균,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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