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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성과급제 '得보다 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1997년 과장급 이상 관리직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전격 도입했던 일본 사와이 제약회사는 3년 만에 이를 철회했다.

연봉제 도입 이후 개인 성과가 지나치게 중시되는 바람에 팀워크가 붕괴되는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7일 '성과주의 인사의 명암과 제언'이라는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성과주의 시스템을 도입한 국내 기업들이 세배 가량 늘었지만 성급한 도입으로 부작용을 겪고 있어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권택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직급 파괴와 연봉제·인센티브제·스톡옵션 등 다양한 성과급 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나 사실상 겉핥기식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성과급 정착에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은 단기 성과나 가시적인 재무 결과만을 중시하고 금전적 보상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사업 직종과 특성·전략에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성과급제를 적용하려는 경향이 주요인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개인별 능력과 성과에 따라 연봉·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데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구성원 간에 위화감이 조성돼 ▶급격간 개인간 보상 격차로 인한 내몫 챙기기 풍조 확산▶지나친 결과 지상주의 조장▶팀워크 훼손 등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개인별 보상 격차에 따른 부작용은 서구 기업보다 가족주의 문화가 강한 국내 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성과급 도입의 대표적인 국내 실패 사례로 성과급을 모아 다시 똑같이 나눈 교원성과급 제도를 들었다. 미국 역시 현지 최고 경영자들이 스톡옵션·보너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회계 부정이나 장부 조작 등을 통해 실적을 부풀리는 바람에 미국 증시 폭락 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개인별 성과와 집단 성과주의를 조화한 모범 사례로는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에 대한 포상금 균등 지급을 들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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