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國調부터 빨리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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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환위기 극복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말 정부가 공적자금 손실 추정 및 상환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17일에는 한나라당도 독자적인 손실 추정과 상환 방안을 내놓았지만 견해차가 워낙 커 국민이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다.

공적자금과 관련해 분명한 내용은 지난 3월 말 현재 총 투입액이 1백56조원이라는 것뿐이다. 우선 떼인 돈의 규모부터 엇갈린다. 정부는 69조원으로 잡은 반면 한나라당은 최소한 10조원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갚아야 할 돈에 대한 견해차는 더욱 크다. 정부는 25년간 나눠 갚자지만 한나라당은 15년으로 줄이자는 입장이다. 갚을 돈도 정부가 제시한 0.1% 특별보험료 외에 한나라당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이익금과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금 등을 일부 갹출하자고 주장한다.

답답한 것은 일반 국민이다. 정부 발표대로 이미 나간 공적자금 이자와 회수 불가능한 돈을 합쳐 87조원을 갚으려면 1인당 1백87만원을 부담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정부든 정당이든 제나름의 추정치와 주장만 내놓을 뿐 막상 돈을 내야 할 국민에게 실상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어디에 얼마를 집어넣고 떼였는지 알아야 돈을 낼 것 아닌가.

국민의 답답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도 공적자금 상환 방안 확정에 앞서 손실 규모 파악을 위한 국정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가 실시됐지만 운영 실태 점검에 그쳤다. 손실 규모를 확인한 다음에 상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일의 순서이기도 하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정조사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8·8 재·보선이나 12월 대선 등 정치 일정 때문에 국정조사를 미룬다면 유권자요, 납세자인 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국회의 직무유기다. 주장만 앞세우지 말고 국정조사부터 실시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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