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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부모 유해 미국으로 '亡者 이민' 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국·중국 등 아시아계 이민들이 고국에 있는 부모 유해를 미국으로 모셔오는 '망자(亡者)이민'이 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5일 "1990년대 초 연간 몇건 수준이던 유해이민이 최근 수백건에 이르고 있다"며 이렇게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망자이민'은 주로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뉴욕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장의업체인 로즈 힐에 따르면 유해 이장은 91년 2건에서 99년 2백42건으로 급증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사이프레스 론 메모리얼 파크(묘지)의 책임자는 "최근 아시아계 주민의 유해이장 문의가 월 10여건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신문이 소개한 한국인 김기철씨는 지난해 부모유해를 모셔오는 데 8천달러(약 1천만원)를 들였다. 한국에서 시신을 화장해 유골만 미국으로 옮긴 뒤 재매장하는 데 든 비용이다. 임종을 못했던 김씨는 "등골이 휘도록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유해이장이 느는 이유는 아시아계 이민들이 미국 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뒤 조상숭배라는 유교적 전통을 따르기 시작한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식으로 자란 자녀들에게 유교적 가치관을 요구하다보면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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