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토끼와…'재공연 : 그 꼬마 명창들 소리 한번 잘하더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동해수궁 별주부 자라, 신령님께 지성으로 비옵니다. 용왕이 병을 얻어 천연 토끼간을 먹으면 낫는다기에 어어~ 어어~ 어어어~ 으어~ 바다 건너 이 산속까지 왔사오니 어서 빨리 토끼를 만나게 해주시오."

이렇게 꼬마 명창들이 구성진 가락을 뽑아내는 국립창극단의 어린이 창극 '토끼와 자라의 용궁 여행'이 앙코르 공연된다. 이 작품은 지난해 12월 초연돼 인기를 모았고 올해 열린 제11회 서울 어린이 연극상에서 제작·기획상을 수상했다.

판소리를 중심으로 전통음악을 사용하는 음악극인 창극은 배우들의 소리와 연기가 기본이 돼야 한다. 지난해 오디션으로 뽑은 어린이 배우들은 이러한 자질로 또래의 관객들을 생소한 창극으로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충분히 해준다.

"여러분, '잘한다''얼쑤' 한번 해보세요"라며 극 시작에 앞서 관객의 분위기를 돋우는 윤제원(서울 신광초 1학년), 서로 밀고 당기며 극을 신명나게 이끌어 가는 토끼(오현·서울 교동초 6학년)와 자라(장서윤·서울 예일초 5학년) 등 16명의 명창들은 서울 전국명창대회초등부 최우수상, 청소년문화대축제 대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연기도 성인 창극단원 못지않게 능수능란하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판소리의 어려운 한자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꿨다. 창극에 익숙지 않은 어린이들도 쉽게 빠져들 수 있도록 극 중간에 재미있는 우스갯소리를 넣고, 신나는 가락으로 흥을 돋웠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해보다 극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공연시간을 10분간 줄이고, 극장 입구에 용궁을 상징하는 설치물을 만들어 놓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연출자 유기형(민족예술단 우금치 대표·39)씨는 "지나치게 음악 중심이던 창극에 풍물·춤·기예·극을 고루 곁들여 어린이 관객이 재미있게 보고 판에 끼어들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31일~8월 8일 오후 2시·5시 공연. 1만~2만원. 02-2274-3507.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