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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가고 싶을 때 길게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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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CEO들 중 이색적인 휴가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이도 있고, 해외 매장을 돌며 사업 아이디어를 구하는 이도 있다. CEO뿐 아니라 임직원들도 상사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가고 싶을 때 길게 간다.

◇'뜻 있는' 휴가 보내는 CEO=볼보건설기계코리아 에릭 닐슨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참여한다. 닐슨 사장은 다음달 4일부터 10일까지 자신의 휴가 기간 일주일을 사회 봉사에 선뜻 기증했다.

그는 "20여명의 직원들이 동참하겠다고 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직원들을 위해 이 기간을 여름휴가와 별도로 특별 유급휴가로 처리키로 했다. 볼보는 지난해 1억원을 사랑의 집짓기운동연합회에 지원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8천5백여만원 상당의 장비와 인력을 후원키로 하는 조인식을 가졌다.

한국 맥도날드 공동 대표인 신언식 사장과 김형수 사장은 휴가도 적극적인 비즈니스 기회로 삼는다. 이들은 다음달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른 나라의 맥도날드 매장을 돌며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두 사장이 휴가 기간 중 모아오는 사진과 자료들은 상품 개발과 매장 배치 등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윤승기 사장은 오는 22일부터 18박19일 일정으로 가족과 함께 유럽 8개국 여름 휴가를 떠난다.

이 회사의 아시아 지역 기술교육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그는 "해외 출장이 잦아 가족과의 대화가 부족했다"며 "특히 이번 여행에서 중학생인 아들과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세대차도 줄여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휴가를 잘 활용해 재충전하면 업무에 복귀해 더 창조적이고 의욕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웨인 첨리 사장은 다음달 21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루비콘 트레일 레이크타호에서 열리는 '지프 잼버리'에 참가하며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그는 "매년 잼버리에 참가하고 있다"면서 "전세계 지프 매니어들과 함께 대자연을 달리다 보면 한해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모두 해소된다"고 말했다.

◇다양하고 넉넉한 직원들 휴가=BAT 코리아 남궁경숙 재무부장은 지난달 여름 휴가를 내 내부감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6월에 시험이 있어 남들보다 먼저 여름 휴가를 사용했고 회사에서 추가로 이틀의 유급 휴가를 줘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 개개인의 능력 개발을 위해서라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는 BAT 코리아는 남궁부장이 시험을 준비할 때 학원비와 교재비 등을 지원했다.

영상 전문업체인 아그파 코리아의 경우 1년 중 언제라도 휴가를 낼 수 있다. 전동범 과장은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부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휴가를 냈다.

그는 "휴가기간에 습득한 영화 영상 지식과 새로운 소식을 사내 동아리 회원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그파 코리아는 직원의 업무 관련 교육과 사내 동아리 참여를 권장하기 위해 활동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네슬레의 공식적인 여름휴가는 6월에서 9월 사이에 쓸 수 있는 사흘 뿐이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일반 직원들에게 연월차를 합쳐 2주 정도 길게 휴가를 가도록 권한다. 직원들이 휴가기간을 나눠 2~3일씩 사용하기보다 한꺼번에 사용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기회로 활용토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또 외국인 직원들에겐 '홈 리브 (Home Leave)'라고 불리는 휴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스위스·독일·영국에서 남아프리카까지 국적이 다양한 이들에게 고향으로 3주에서 한달간 장기 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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