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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나한 '교사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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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교사평가 도입 방침을 처음 밝힌 것은 지난 2월 초다. 교사의 자질이 공교육의 원천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욕 먹더라도 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드디어 교사평가 시행 방안이 10개월 만에 윤곽을 드러냈다. 29일 열린 '교원평가제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다. 이 방안은 교육부의 의중이 담겨있는 사실상의 '정부안'이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번 방안은 평가에 교장.교감과 동료 교사뿐 아니라 학생.학부모도 평가에 참여케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평가가 '수업활동'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자로서의 품성이나 자세 등 교사의 자질을 따지는 것을 외면한 반쪽짜리 평가인 셈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평가 결과를 승진.성과급.퇴출 등 인사 자료로는 활용하지 않고 교사 본인에게만 알려 자기계발과 수업활동 개선에 참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평가결과를 교사의 자질 향상으로 강제 유도할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교사들의 반발을 우려해 평가수위를 지나치게 낮췄다고 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를 배려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과연 어떤 교사가 평가 결과를 두려워하고 학생지도에 임할 것인가. '하나마나 한' 형식적인 평가로 전락해 조롱거리가 될 게 뻔하다.

엉터리 제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평가가 없는 무풍지대에서는 학생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에게 오히려 '적당히 하라'고 딴지를 거는 교단의 무사안일과 나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적격 교사나 지도력 부족 교사를 걸러내는 일도 기대할 수 없다.

과거에도 교사평가는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일선교사와 교원단체들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제 교사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교사평가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제도다. 당당하게 평가받겠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교사의 경쟁력이 확보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살아난다. 교육부도 더 이상 교사들의 눈치를 보며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김남중 정책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