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아프리카 연합>로 소외의 역사 종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이틀 동안 열린 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역사적인 아프리카연합(AU)을 공식 출범시키고 10일 폐막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등 53개 회원국 수반들은 전날 더반 시내 아브사 축구경기장에서 2만5천여명의 군중이 참가한 가운데 AU 출범식을 갖고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을 초대 의장으로 선출했다. 음베키 의장은 "AU 출범으로 아프리카가 정당한 국제적 지위를 갖게 됐다"며 "소외와 천대의 수백년 역사를 종식시키자"고 말했다.

새로 출범한 AU는 유럽연합(EU)처럼 단일의회·단일통화 창설을 목표로 하는 명실상부한 역내 정치·경제 통합기구다. 전신인 아프리카단결기구(OAU)가 회원국 내 인권탄압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독재자 클럽'으로 비난받아온 점을 고려, 민주주의·인권증진을 목표로 내세웠다. 산하에 '평화·안보위원회'와 '평화유지군'이란 실질적인 강제력도 갖추기로 했다. 경제재건에 필요한 막대한 규모의 국제원조를 받으려면 민주주의를 조건으로 내건 주요 8개국(G8) 등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그러나 "회원국 지도자들의 강철 같은 정치적 의지가 없다면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라고 경고했다. OAU가 남겨놓은 4천여만달러의 부채 처리에다 추가적인 운영 재원 마련도 불투명하고, 당장 본부 사무국 유치를 놓고 리비아와 에티오피아가 대립하는 등 문제도 산적해 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카다피 같은 독재자가 AU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부터 '회원국에 민주주의를 강제할 수 없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