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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스펜스의 ‘정보경제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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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고전 경제학에선 정보가 완전하다고 믿었다. 전지전능한 신처럼 모든 시장 참여자는 똑같이 투명한 지식을 공유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장 참여자들이 얻는 정보는 완전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누구는 정보가 많고 누구는 적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을 연구하는 분야가 정보경제학이다.

정보경제학에서 흔히 드는 예가 중고차 시장이다. 중고차를 팔려는 사람은 시장에 내놓은 차에 대해 잘 안다. 하지만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은 과연 이 차가 잘 관리된 차인지, 아니면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으로 골병 든 차인지 알 수가 없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좋은 중고차가 비싸게 팔리고, 미국에서 ‘레몬(lemon·불량품)’으로 불리는 나쁜 차는 헐값에 팔려야 한다.

하지만 사려는 사람에게 정보가 부족하니 좋은 차가 제값을 받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좋은 차를 팔려는 사람은 시장을 외면하게 된다. 그 결과 시장엔 나쁜 차만 남는다. 정보격차 탓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역선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마이클 스펜스와 함께 노벨상을 받은 조지 애커로프의 이론이다.

마이클 스펜스는 경제 주체들이 신호(signal)를 통해 이 같은 정보격차를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그의 시장신호 이론은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한 개인이 독점하고 있는 정보는 그 사람이 표출하는 행동, 즉 신호에 따라 추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직자의 경우 다른 지원자와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별의별 수단을 다 쓴다. 좋은 양복을 입을 수도 있고 명문대 졸업장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런 신호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려면 이를 갖추는 데 드는 ‘획득비용’이 아주 비싸야 한다. 예를 들어 학력이 구직을 위한 효과적인 신호가 되려면 내세우는 학력을 따는 게 매우 어려워야 한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자신이 다른 구직자와 차별화된 상품임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학생들이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기업들이 명문대 출신을 선호하는 것도 결국 이런 이유라는 것이다.

또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는 어떻게 하면 중고차를 파는 사람에게 정보를 제대로 알릴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유인체계를 잘 설계하면 남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정보도 술술 나올 수 있다. 이를테면 자동차보험 회사의 경우 감면이나 우대조항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보험가입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에어백을 장착했다면 안전운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니 그만큼 보험료를 깎아 주는 식이다. 이들이 발전시킨 정보경제학은 전통 농업시장에서부터 근대적인 금융시장 분석은 물론 게임이론·계약이론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대전=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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