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표 단속·나눠먹기 舊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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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대 국회 후반기(2002년 6월~2004년 5월)를 이끌어갈 국회의장단 선거는 결국 '무늬만 자유투표'로 끝났다. 형식은 자유투표였지만 국회의장 후보로 한나라당이 박관용(朴寬用), 민주당이 김영배(金培)의원을 내정해 표 대결을 벌였다. 이탈표를 막기 위한 각 당 지도부의 표 단속 행태도 예전 그대로였다.

◇표 대결 벌인 국회의장단 선거=재적 의원 2백60명 중 와병 중인 한나라당 김태호(金泰鎬)의원과 무소속 한승수(韓昇洙)의원을 제외한 2백58명이 출석했다. 각 당 지도부는 표 단속에 부심했다.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뿐 아니라 자민련·무소속 의원들과도 접촉하는 등 득표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방 출신 의원의 귀경이 늦어져 본회의를 오후로 늦췄다.

민주당은 '1백% 출석'을 기록했다. 신병 치료차 중국에 갔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장남 김홍일(金弘一)의원이 귀국, 이재정(在禎)의원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했다. 와병 중인 이원성(源性)의원도 휠체어를 타고 본회의장에 나왔다. 이한동(漢東·무소속)국무총리도 투표했다.

◇매듭 푼 이회창의 격노=오전 총무협상에서 국회의장은 자유투표로, 부의장은 자민련과 의장을 내지 못한 당이 갖기로 했다. 의원수를 감안하면 한나라당이 의장, 민주당과 자민련이 부의장을 나눠갖기로 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는 의원총회에서 "잘했어"라는 칭찬을 들었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일부 최고위원이 협상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지도부 간 고성이 오갔다. 이규택(揆澤)총무는 부의장을 희망한 서정화(徐廷和)·정창화(鄭昌和)의원에게 "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가 '중대 결심을 해서라도 오늘까지 원 구성을 해야 한다'고 했고, 당 안팎의 압력 때문에 부의장을 자민련에 주기로 했다"고 설득했다.

의원총회에서 서청원(徐淸源)대표는 "오늘까지 원 구성을 마치지 못할 경우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며 "떼쓰는 정당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너무 양보했다"고 불만을 표시했고, 의총 후 국회 총재실에서 강창희(姜昌熙)최고위원이 총무를 향해 "이런 식으로 하면 곤란해"라고 퍼붓자, 총무가 "그럼 당신이 한번 해봐"라고 되받아쳤다. 상황이 험악해지자 후보는 "여기가 시정잡배 모인 데야. 맘대로 해"라며 고함을 치며 나가버렸고, 이 때문에 당내 반발은 봉합됐다.

◇봉변당한 조순형=국회의장 출마 선언을 했던 민주당 조순형(趙舜衡)의원이 민주당 의원에게 봉변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趙의원이 당론 투표 방침에 반발, 의총에 불참하자 송영진(宋榮珍)수석부총무가 의총에 참석하라며 "이 개××야"라고 퍼부은 것. 宋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말리자 "저런게 무슨 국회의원이야. 개××지.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다냐"고 욕설을 퍼부었다.

민주당은 부의장 후보를 놓고도 의견 조율이 안돼 의원 총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후보를 내정했다. 부의장 출마 의사를 밝힌 김태식(金台植)·김충조(金忠兆)의원 중 김태식 의원이 61표로 후보가 됐다.

이정민·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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