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된 사랑채 머물며 전통 한옥의 멋 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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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옥의 멋와 아름다움, 그리고 그 구조와 기능의 조화는 직접 살아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래서 한옥문화원(www.hanok.org)이 여름 방학 중 문화재급 한옥에 머물며 직접 체험하고 연구하는 '한옥과의 만남'이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한옥문화원은 한옥 전문가인 목수 신영훈씨가 운영하는 민간연구단체. '한옥과의 만남'은 전국의 한옥에 대한 자료수집과 연구를 겸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단순체험이 아니라 모든 참가자들이 연구와 자료수집이라는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그래서 여름방학 중인 8월 15일부터 18일 사이에 열리며, 참가대상도 건축·문화재·역사·고미술에 관심있는 학생이나 관련분야 종사자로 한정했다.

첫 체험대상이 된 문화재는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에 있는 정여창(鄭汝昌)선생의 고택(古)이다. 1984년 중요민속자료 186호로 지정된 한옥인데, 조선 성종 때의 성리학자인 정여창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이 마을은 하동 정씨의 집성촌으로 안동의 하회마을에 비교될 정도로 오래된 한옥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그 가운데서도 정여창 선생의 고택은 전형적인 양반 집으로 잘 보존돼 왔다. 안채는 3백여년 전에, 사랑채는 1백여년 전에 만들어져 조선 중기·후기의 건축양식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건축면에서는 단아하고 소박한 형식의 사랑채, 사랑채에서 내려다보기 위해 산에서 돌을 가져다 봉우리를 만든 조산(造山) 등이 모두 조선조 유학자의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세간 살림살이가 예스런 그대로 많이 남아 있는 점도 주목된다.

신원장 외에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인 김대벽씨, 건축전문가인 이호열(밀양대 건축과)교수, 단청·실측 전문가인 정세훈씨 등이 분야별로 나눠 강연한다. 정여창의 후손으로 하동 정씨 종중을 대표하는 정운상씨가 고택의 내력과 면면히 내려온 가풍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참가자들은 고택을 실측하고 촬영하는 한편 인근 마을, 자연환경과의 조화 등에 대해 광범하게 조사한 뒤 결과를 발표·토론하면서 한옥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된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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