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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공천 '새얼굴'안보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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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8·8 재·보선 공천이 기성 정치인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공천의 무게중심이 개혁성·참신성보다 인지도와 당선 가능성으로 쏠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한나라당은 거의 모든 재·보선 지역에서 기성 정치인이 득세하고 있다.

이미 후보가 확정된 서울 금천(李佑宰), 인천 서-강화을(李敬在), 경기 안성(李海龜), 부산 해운대-기장갑(徐秉洙) 등 네곳에서 모두 현역 지구당위원장이 공천을 받았다. 이중 수도권의 3명은 2000년 4·13 총선에서 낙선한 전직 의원이다.

당직자들은 "다른 지역도 기성 정치인들이 유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직 의원이나 한두번쯤 출마한 경력이 있는 인사들이 당내 중진들과의 연줄,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 내 인지도를 내세워 유리한 고지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의 박계동(朴啓東) 전 의원, 부산진갑의 노기태(盧基太) 전 의원이 그런 경우다.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적인 마산 합포의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 김호일(金浩一) 전 의원이 연고권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꼭두각시 의원 후보'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경기 광명은 이곳 민선시장 출신인 전재희(全在姬·전국구)의원의 출마를 당 지도부가 강권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全의원은 고사 중이지만 당에선 "반드시 공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도록 하는 것은 오로지 의석수를 늘리겠다는 승리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민주당도 비슷한 실정이다. 당선이 유력한 지역엔 당내 기성 정치인들이 대거 몰렸다. 광주 북갑엔 김상현(金相賢) 고문 외에 지대섭(池大燮)·박석무(朴錫武) 전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다.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측근인 유종필 특보도 노린다.

전북 군산에는 김윤태 서울 마포갑 지구당위원장이 공천을 신청했다. 수도권에서 가장 기대를 거는 광명엔 이 지역 국회의원을 지낸 남궁진(南宮鎭)문화관광부 장관이 공천을 희망한다. 또 노관규(盧官圭) 서울 강동을위원장은 서울 영등포을,문학진(文學振) 경기 광주위원장은 경기 하남에 도전장을 냈다.

때문에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식이라면 어떻게 젊고 개혁적인 인사들이 정치권에 발을 붙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양당에 공천을 신청한 신진 인사들은 "당 지도부가 포스트 월드컵 대책으로 정치의 업그레이드를 외치면서도 공천 잣대는 당선 가능성과 지명도에 치우치는 것은 겉다르고 속다른 태도"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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