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IT 기업서 뛰는 인류학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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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인텔의 연구개발 부서를 이끄는 제네비에브 벨은 정보기술(IT) 전문가가 아니라 인류학 박사다. 그는 오랫동안 지역·인종·나이·문화·생활환경이 다른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으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면밀히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인텔의 기술은 일상 친화적인 면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 연구팀은 최근 TV와 PC의 사용자 경험과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했다. 앞으로 더 많은 TV 프로그램이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겠지만, 아직은 TV와 웹에 대한 경험을 동일시하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런 연구에서 빚어진 다양한 기기들을 최근 ‘리서치@인텔 데이’에 선보였다. 네트워크상에서 사용자의 아바타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보여주는 그림자 아바타가 적용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모니터하는 센서 등이 그것이다.

인터넷 포털 야후도 지난해부터 인지심리학자와 문화인류학자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어떤 온라인 광고에 눈길을 주고 클릭하는지, 사용자의 검색패턴과 의향이 무엇인지를 다각도의 실험과 인터뷰, 세밀한 관찰 조사를 통해 알아내는 데 사회과학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IT산업 역시 기술에 앞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경향이 확산중이다. 현재 야후랩스에서는 IT 개발자뿐 아니라 25명의 사회과학자가 함께 일하고 있다.

미국 기업연구개발센터의 원조 격인 GE 글로벌리서치센터는 헬스케어·제약·생활가전·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과학자를 포함한 3000명 넘는 연구원들이 기술개발에 몰두한다. 세계 곳곳에 8개의 큰 연구소를 운영하는 IBM에도 인문사회과학자가 다수 일한다. 인류를 위한 연구개발은 에디슨의 전구처럼 꺼져선 안 될 불빛이다. 발명의 시작은 ‘홍익인간’ 바로 그 정신일 것이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hs.lee@in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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