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포용' 한마디에 지지율 오른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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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최근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지지율은 지난 4월 총선 때 정점에 올랐다가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20%대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던 지지율이 재반등한 것은 11월 중순 이후로, 최근 조사에 따르면 38%까지 상승했다는 게 청와대의 얘기다.

11월 이후 엄청난 정치적 사건을 일으키지도,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해 자극적 발언을 하지도 않았다. 이 기간에 노 대통령은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게 아니라 전통적 의미의 대통령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과 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는 등 국익을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였다. 전격적인 자이툰 부대 방문은 '역시 우리 대통령이구나'하는 신뢰감을 심어주었다. 일상적 활동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지금의 지지율 상승의 의미는 적지 않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세상을 바꿔 나가기를 다수의 국민이 바라고 있다는 증거다.

청와대의 분석은 더욱 흥미롭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관용이며 나와 다르더라도 기꺼이 수용하겠다"거나 "4대 입법이 되든 안 되든 대세에 크게 지장이 없으니 여유있게 하라"는 등 관용과 여유, 대화와 타협을 강조할 때마다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저께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만찬에서의 노 대통령 발언은 더욱 주목을 끈다. 그는 "언론과 건강한 협력관계,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으면 좋겠다"면서 "그동안 나도 그렇지만 여러분은 더 팍팍했을 것"이라고 했다. 부드러운 말 한마디에 지지율의 변화가 눈에 보일 정도라는데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위안받겠는가.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말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들을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 조짐이라고 평가하기에도 조심스럽다. 그러나 대통령의 부드러운 발언을 듣는 것만으로도 안심하는 국민이 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새해엔 내가 잘해 기분 좋게 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약속에 기대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