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매미소리 유난스러운데… 주변에 흙·나무 많아 살기 적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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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Q:여름이면 서울 여의도의 매미 소리가 다른 곳보다 유달리 시끄러운데 왜 그런가요.(송계현·서울 목동·회사원)

A:어른 매미는 2,3주 정도 살며 짝짓기를 하고는 죽습니다. 알은 나무 줄기 속에 낳는데 알에서 깨 나온 애벌레는 땅으로 떨어져서 흙 속으로 파고 들어갑니다. 그 상태로 매미 종류에 따라 4~7년을 살다가 다시 땅 위로 나와서는 어른 매미가 됩니다.

이런 매미의 일생을 살펴보면 '흙 땅'이 필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된 땅이라면 매미 애벌레가 파고들어갈 수 없어 결국 죽고 맙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웬만한 곳은 다 포장이 됐고, 흙 땅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 한강변의 둔치입니다. 여기에는 매미가 살 수 있는 나무들도 많고요. 그래서 여의도 등 한강변에 유독 매미가 많은 것입니다.

여름이 가면 매미가 죽어 땅에 떨어지는데 다음해 여름이면 죽은 곳과 비슷한 자리에서 다시 애벌레가 땅을 뚫고 나오는 것을 보고 옛 사람들은 매미를 부활의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옛날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는 무덤에 매미 모양의 장식물을 함께 넣기도 했습니다.

매미의 울음은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소리입니다. 매미 소리를 잘 들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나무 한그루에는 말매미·애매미·참매미 등 소리가 각기 다른 여러 종류의 매미가 사는데, 다른 종류가 동시에 우는 법이 없습니다. 암컷이 잘못해 다른 종류를 찾아가지 않게 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으로 여겨집니다만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도움말=김정환 고려곤충연구소장

◇질문받는 곳:science@joong 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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