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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발자국·삼엽충·얼음골… 수억년 신비 속으로 '과학 피서'떠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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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해발 6백m의 산자락에 위치한 강원도 태백시에서는 왜 옛날 바다 생물의 화석이 발견될까.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경남 밀양시 얼음골의 비밀은 또 뭘까.

올 여름 휴가에는 이처럼 자연의 신비가 숨쉬는 곳으로 '과학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이 어떨까. 곳곳의 과학전시 시설들도 피서지를 오가는 길에 한번 들러볼 만하다.

◇공룡 화석지=경남 고성군과 전남 해남군 우항리, 여수 앞바다의 섬 사도 등 남해안 일대에는 약 1억년전 공룡의 발자국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고성군의 해안에만 육식 공룡과 목이 긴 대형 초식 공룡의 발자국 8천여개가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 박사에 따르면 현재의 남해안은 약 1억년 전에는 호숫가였다. 당시 물을 마시러 왔던 공룡의 발자국이 호숫가의 무른 땅에 찍힌 뒤 굳어 화석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그 뒤 지각변동으로 호수는 바다가 됐다. 고성에서는 해안 거의 전 지역에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동해면에 있는 목긴 초식 공룡의 것으로 길이 1m15㎝다. 주인공은 몸길이 약 15m에 몸무게는 10t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길이가 9㎝에 불과한 목긴 공룡 새끼의 발자국도 발견됐다. 이박사는 "목 긴 공룡의 것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발자국"이라고 말했다.

고성·해남군의 화석지에는 실물 크기의 공룡 모형도 있다. 고성의 일부 발자국 화석지는 밀물 때면 바다가 된다. 관찰 가능한 시간은 고성군 홈페이지(www.gngs.net)에 나와 있다. 고성군은 오는 8월8일~11일 '공룡축제'도 연다.

◇얼음골의 비밀=밀양 얼음골은 총길이 5백m 가량 골짜기의 제일 아래에 있다.

골짜기는 근처 산에서 무너져 내린 수십㎝~수m 크기의 돌들로 덮여 있는데,돌이 쌓인 두께가 20m에 이르는 곳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송태호(기계공학과) 교수는 "바로 이런 구조가 한여름에 얼음이 어는 얼음골의 신비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얼음골에서는 겨우내 찬바람이 돌틈으로 들어가 돌들을 차갑게 식혀 놓는다. 봄이 되면 따뜻한 공기가 들어가면서 돌틈에 있던 무거운 찬공기를 아래쪽으로 내몬다. 차가워진 바위는 쉽사리 데워지지 않고 여름에도 영하의 온도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골짜기의 제일 아래쪽 얼음골에서는 영하의 찬바람이 불어나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것이다.

전북 진안의 풍혈냉천, 경북 의성의 빙계에서도 여름에 얼음이 얼거나 찬 바람이 쏟아져 나온다. 골짜기에 커다란 돌들이 덮여 있는 지형도 얼음골과 비슷하다.

◇태백시 구문소동 자연학습장=바위 곳곳에서 삼엽충, 오징어 비슷한 동물 등 3억년 전 생물의 화석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같이 바다에서 살던 동물들의 화석이 태백의 산간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질자원연구원 황재하 박사는 "태백은 약 2억년 전 지각 변동으로 한 때 바다 밑바닥이었던 깊은 곳의 지층이 솟아 올라 산이 된 곳"이라고 설명한다. 태평양 쪽의 커다란 땅덩어리와 유라시아 대륙이 서로 밀어붙이는 통에 경계에 있던 지층이 솟아 올라 태백 부근을 비롯한 태백산맥 전체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자연학습장 근처의 화석전시관에는 삼엽충 등 이 지역에서 발견된 화석 1백80여점이 있다.

◇신비한 지형=전남 완도군 남서쪽에는 '구계등'이라 불리는 해변이 있다.어린이 머리 만한 둥근 돌들이 길이 8백m, 폭 80m에 걸쳐 널려 있다. 바닷가하면 떠오르는 모래사장이나 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국해양연구원 장회수 박사는 "세계적으로 드문 해안으로, 파도의 힘과 돌의 강도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결과"라고 말한다. 근처 산에서 떨어져 굴러온 돌 중에 비교적 작은 것들은 쓸어갈 정도로 파도가 강하면서도, 남은 큰 돌은 깨뜨리지 못하고 조금씩 닳게만 할 정도여야 이런 해변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포동의 해안은 육각형의 바위기둥들이 한데 뭉쳐 서 있는 것이 마치 육각형 연필 수천개를 묶어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른바 주상절리. 뜨거운 용암이 외부로 나올 때 생기는 구조다. 용암이 식으면 부피가 줄어드는데, 바깥은 빨리 식으므로 많이 줄어들고 안은 상대적으로 덜 줄어들어 외부에 금이 간다.

◇과학 전시관=전북 무주의 전력 홍보관은 번개 같은 자연에서의 전기 현상, 발전의 원리 등을 체험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부근에 호수가 있어 경치도 빼어나다. 무주 읍내에서 무주 리조트로 가는 중간에 있다.

정선의 화암 금광굴은 실제 금광이었던 곳을 어린이를 위한 학습장으로 꾸몄다. 길이가 1.8㎞. 군데군데 금이 만들어지는 원리, 금을 캐는 방법 등을 설명하는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금광굴 끝은 기묘한 형상의 석순·종유석·유석폭포가 늘어선 석회암 동굴과 연결됐다.

경북 문경의 석탄 박물관 역시 폐광이 된 갱도를 과학 학습시설로 활용한 곳이다. 강릉 참소리 에디슨 박물관은 실제 에디슨이 만든 축음기·영사기·전구 등을 비롯해 에디슨 관련 유물 3천5백여점을 자랑한다.

서해안 고속도로 매송 톨게이트에서 10분 거리에는 시화호 습지공원이 있다. 논병아리·백로 등이 살고 있으며, 이곳에서 나온 공룡알 화석도 전시돼 있다. 습지공원 바로 건너편 한국해양과학연구원 안의 홍보관은 해양 자원의 활용 등 바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곳. 오는 22일부터 이용 가능하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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