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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폐지안 상정 싸고 또 막말·몸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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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야" "뭐 이런 개판이 있어" "시끄러" "정신감정을 의뢰해야 해" "나가" "잘났어 정말".

29일 국회 법사위에서 의원들이 교환한 낯뜨거운 막말들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 문제로 여야는 또다시 몸싸움을 벌였다. 국회의 품위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40여명이 29일 밤 서울 한남동 의장 공관을 방문해 "30일 본회의에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개혁 입법 을 직권상정해 달라"고 요구하며 국회의장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조용철 기자

열린우리당 선병렬.우원식 의원과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본래 법사위 소속이 아니었다. 정기국회 때의 보안법 대치 이후 기존 의원들과 교체돼 새로 들어왔다. 목소리가 크고 자기 당 주장에 충실한, 이른바 '강성'의원들이다. 이날도 이들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험악한 회의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오후 1시50분, 여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최연희 위원장석에 앉으면서 충돌은 시작됐다. 최 의원은 "위원장이 사회를 거부해 내가 직무대행으로 회의를 진행한다"며 보안법 폐지안과 형법 보완안 상정을 선언했다. 당시 회의장엔 여당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만 있었다.

뒤늦게 나타난 최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회의 진행을 거부한 적이 없는 만큼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은 것"이라며 "보안법은 합의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으면 사회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수차례 통보했다"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노회찬 의원은 발언대로 나가 자기가 발의한 보안법 폐지안에 대한 제안설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언대를 향해 뛰쳐나갔고, 이를 막기 위해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뛰쳐나가 서로 뒤엉켰다. 발언대가 넘어지고 몸싸움이 이어졌다. 선병렬 의원은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형법 보완안 제안설명서를 읽었다. 그는 김정훈 의원과 말다툼하면서 국회법 책자를 바닥에 팽개치기도 했다.

결국 김원기 국회의장이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에 입장해 다른 법안들부터 처리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 40여명은 이날 오후 10시40분쯤 국회의장 공관에 몰려가 김원기 의장에게 "30일 본회의에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너무 욕심내지 말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 과거사법.신문법안 쟁점 조율=행자위와 문광위는 각각 과거사법안과 신문법안 쟁점들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 과거사법안의 경우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을 4년으로 하되, 2년 연장이 가능토록 했다. 위원회의 성격은 독립적 국가기구로 하기로 했다. 위원들은 국회.대통령.대법원장이 7.5.3명씩 임명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그러나 조사 범위에 '친북 용공 행위'를 넣는 문제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문광위는 여당이 주장했던 신문사 편집규약 및 편집위원회 설치 의무화 부분을 권고조항으로 바꾸기로 했다. 여당은 또 신문광고 비율을 50% 이하로 제한하자는 주장도 거둬 들였다.

한나라당도 신문사의 방송 겸영 허용 주장을 포기해 한발씩 양보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1개 언론사가 시장의 30% 이하, 3개사 60%)에 대해선 한나라당 일각에서 "규정 자체를 수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정욱.김선하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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