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월드컵 기획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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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가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어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월드컵을 안전하게 치러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월드컵이 막을 내린 1일 경찰청 월드컵 기획단(단장 金大植 경무관) 소속 경찰관들은 안전 월드컵의 공(功)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월드컵 기획단은 월드컵 관련 경비·경호 활동을 총괄 지휘한 부서. 2000년 1월 일곱명으로 출범한 뒤 올해 초 경무관을 단장으로 한 23명 규모로 확대됐다.

경비·특공대·정보·보안·수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였다. 월드컵 개막 10여일 전부터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가 꼬박 40일 밤을 새웠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된 이번 월드컵. 하지만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고 기획단 관계자들은 털어놨다.

가장 철렁했던 기억은 개막을 앞두고 영국인 기자의 등록(AD)카드가 잘못 발급된 사건. 이름이 비슷한 미국인 기술자가 받아간 해프닝이라는 사실을 밝혀낼 때까지 모두들 '테러의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이 사건 이후 등록카드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다른 사람의 카드를 목에 걸고 경기장에 들어가 몰래 관람하려던 40여명을 적발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길거리 응원도 고민거리였다. 오부명(吳富明)경감은 "당초 수백만명의 시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시민들의 성숙한 질서의식으로 별 사고없이 마무리된 것은 큰 다행"이라고 말했다.

간혹 일어난 경기장 사고도 기획단을 긴장하게 했다. 지난달 10일 전주경기장에서 영국인이 응원 도중 담장에서 떨어져 응급실에 실려간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 사고 이후로 관람석 담장 밑에 매트를 깔았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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