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도발 경제에 영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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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9일의 서해 교전으로 남북 경제협력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경제에 큰 손실을 끼치진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월드컵으로 높아진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남북 경협에 악재=이날 교전으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 경제협력 추진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지난 5월 북측의 일방적 불참으로 남북 경협추진위원회 서울 개최가 무산된 지 한달여 만에 교전사태가 터져 당분간 재추진이 어렵게 된 것이다.

재경부 김규복 경제협력국장은 "북·미 대화가 재개될 움직임을 보여 남북 경협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당분간 대화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건설,임진강 수해방지 공동대책,남북한 철도·도로 연결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상당기간 뒤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엔 큰 충격 없을 듯=이번 교전 사태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피치사의 국가신용등급 두단계 상향 조정으로 높아진 국가이미지를 깎아내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윤철(田允喆)부총리 주관으로 다음주 영국 런던에서 열릴 한국경제설명회에서도 남북관계 악화와 관련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 섞인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재경부는 1999년 서해교전 사태를 돌아볼 때 이번 사태가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해교전이 발생한 99년 6월의 경우 생산·투자·소비 등 3대 경제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었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사태 추이를 주시하되,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경제부처 대책회의 등은 열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시에 영향 줄까=증시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볼 때 이번 교전이 더 확대되지만 않는다면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단기적·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이번 교전은 금융시장이 열리지 않은 토요일 발생했고 일요일·월요일이 연휴여서 시장이 3일 동안 쉬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심리적 충격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99년 6월 연평도 서해교전과 96년 9월 강릉 북한 잠수정 침투 등 남북관계가 악화된 사건들을 돌아보더라도 주식시장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증시 불안으로 투자심리가 약해진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를 제약할 가능성은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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