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16일부터 재개발·재건축 공공관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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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16일부터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단지는 큰 변화를 맞는다. 서울시와 구청이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공공관리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의 63%에 해당하는 457개 단지가 대상이다. 최소 300가구 이상 재개발·재건축단지에 적용하므로 14만 가구 이상이 이 제도에 따라 진행하는 셈이다. 수도권과 부산 등 지자체에서도 공공관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대상 사업장은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공공관리제가 시행되면 혼탁한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깨끗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설계·시공·협력사 선정이 투명해져 소송 등 갈등이 줄어든다는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강동구청에서 열린 공공관리제 시민설명회장. 수백 명의 조합 관계자의 관심은 역시 사업성과 조합원 분담금이었다. 서울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가구당 부담액이 평균 1억원 정도 줄어든다고 밝혔다. 정비사업 전체 사업비의 70~80%인 공사비가 20% 줄고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을 활용한 싼 금리(연 4.3%)로 융자받을 수 있으며, 공정한 정비사업 진행으로 사업 기간이 단축되는 등에 따른 효과다.

단 조건이 있다. 사업 초기 단계여야 하고 단지 규모가 일정 정도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최성태 공공관리과장은 “가구당 1억원 이상 부담금이 줄어든다는 것은 사업 초기 단계 700~1000가구의 아파트 단지 몇 곳에 적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사업이 많이 진행됐거나 공사비가 적은 중소 규모 단지에서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성동구 성수구역 등 아직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초기 사업장일수록 유리하다. 실제 시범 지구인 성수지구에선 보통 1년여 이상 걸리는 추진위원회 구성 기간이 2개월로 짧아졌다.

예스하우스 전영진 사장은 “한강르네상스 사업 지역 등 서울시가 역점을 두면서 새로 지정한 사업 지역일수록 공공관리제 효과를 많이 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사업을 추진한 지 오래된 뉴타운 등은 오히려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있다. 이런 곳 가운데 아직 계약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건설사가 조합 측에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빌려 줬다. 이들 건설사가 나중에 시공사로 선정되면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대여금 반환 문제가 커질 수 있다. J&K투자연구소 권순형 대표는 “추진위가 건설사에 빌려 쓴 돈이 향후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공공관리로 시공사를 선정하면 아파트 품질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비용 절감과 공공성만 강조되기 때문에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얘기는 다르다. 최성태 과장은 “조합이 설계자와 시공사 선정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고 서울시는 그 절차가 부합하는지만 확인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고급 아파트를 원한다면 그에 맞는 설계자와 시공사를 선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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