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伊 로시 가장 값진 득점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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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같은 득점이라도 그 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박빙의 승부에서 터진 결승골은 천금처럼 빛나지만 큰 점수차로 이기는 경기에서 추가골을 넣는 것은 사실상 개인 기록에만 도움을 줄 뿐 승패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부터 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공교롭게도 득점왕에 오른 선수가 기록한 골수는 6골.그러나 같은 '6골 득점왕'임에도 그 값어치는 천차만별이다.

가장 값진 득점왕은 82년 대회의 파울로 로시(이탈리아)라고 할 수 있다. 로시는 조별 리그에선 별다른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으나 2차 라운드 최종전인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발휘했다. 당시 브라질은 '하얀 펠레' 지코와 소크라테스가 포진, 4연승을 달리며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다.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오를 수 있었으나 로시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2-3으로 패해 탈락하고 말았다. 로시는 4강에서도 혼자 두골을 터뜨려 폴란드를 2-0으로 물리치는데 앞장섰다.독일과의 결승전에서도 선취골을 뽑으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어 이탈리아가 세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오른 살바토레 스킬라치(이탈리아)도 공헌도가 높다. 팀은 비록 준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에 승부차기로 패하며 3위에 그쳤으나 이탈리아가 치른 일곱경기 중 여섯경기에서 득점을 올려 거의 매경기 골을 터뜨리는 꾸준함을 보였다. 게다가 여섯골 중 다섯골이 동점 상황에서 터진 결승골이어서 영양가도 최고다.

반면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올레그 살렌코(러시아)는 조별 리그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다섯골을 몰아넣은데 이어 스웨덴전에서 한골을 추가, 여섯골로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불가리아)와 함께 득점왕에 올랐다.그러나 러시아는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득점왕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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