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책임 추궁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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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6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조만간 정치적 결단을 내리겠다"고 하며 차별화를 시사한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과연 어떤 카드를 제시할 것인가.

일단 후보가 생각하고 있는 차별화 해법은 당내에서 거론되는 김홍일 의원 탈당이나 아태재단 해체와 같은 차원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훨씬 고단위 처방이라는 것이다.

한 핵심 측근은 27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부정부패 문제에 대해 정치적인 매듭을 짓고 사면을 받겠다는 게 후보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후보 주변의 얘기를 종합하면 그의 결단은 ▶현재 제기된 부패문제 청산▶미래의 재발방지 약속과 관련한 것이 될 전망이다. 재발방지 약속은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 등과 같은 제도적 조치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나 그보다 후보가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은 '청산' 쪽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후보 주변이나 쇄신파는 결국 민심이 요구하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책임추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후보가 조만간 부패문제에 대한 DJ의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거론할 가능성도 나온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DJ의 책임을 언급할 것이냐"는 질문에 "모호하게 해두자"고 했다.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관심은 DJ에 대한 언급의 수위다. 단순한 비판으로 끝나느냐, 국정 2선후퇴 등의 요구로 이어지느냐의 문제다. 아직 후보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측근들은 말했다.

후보가 DJ의 책임을 거론하고 나설 경우 당내 또는 당과 청와대 간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쇄신파는 "후보의 결단이 가시화하면 민주당은 'DJ당'에서 '노무현 당'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DJ를 밟고 가다간 게도 구럭도 다 잃는다"며 정치적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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