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脫DJ'발언에 舊주류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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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내의 '차별화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당이 주도적으로 후보를 지원키로 지난 23일 당 최고위원들이 합의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다시 분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가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과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뜻의 발언을 하자 이에 대한 반발 수위도 높아지면서 벌어지고 있다.

후보와 쇄신파 의원들이 '차별화 추진파'라면 당내 중진 상당수와 중도개혁포럼,동교동계 의원들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당내 최대 그룹인 중도개혁포럼의 회장인 정균환(鄭均桓)총무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DJ를 무조건 밟고 넘어가는 것은 안된다"며 "권력형 비리나 친인척 비리를 극복하려면 제도개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화갑(韓和甲)대표측 관계자도 "후보는 제도적 차별화 방안만 강구하는 줄 알았는데 또 일을 만들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DJ와의 차별화 문제는 제도적 개선으로 가시화하는 게 바람직하고, 후보가 직접 나서 공격하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내의 이회창 후보 지지측이 현직이던 YS(김영삼 전 대통령)인형을 두들겨팼어도 지지도는 안올랐다"며 "대통령의 굵직한 공적은 껴안고 나머지에 대해 분명히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동교동계 김옥두(金玉斗)의원은 "대통령의 성과는 무시한 채 한나라당과 똑같은 주장만 하는 것을 절대로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도 이날 "국민들이 우리 당의 태생을 훤히 알고 있는데 뭘 차별화하겠다는 거냐. 그런들 지지도가 올라가겠느냐"며 차별화에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다.

청와대 박지원(朴智元)비서실장 퇴진 요구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은 "朴실장의 잘못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차별화 추진파는 기존 입장을 밀고가는 모습이다. 쇄신파가 주축인 당 정치부패근절대책위(위원장 辛基南최고위원)는 ▶김홍일(金弘一) 의원 탈당▶아태재단 해체 등의 방안을 이날 지도부에 공식 건의했다.

辛위원장은 반발 기류에 대해 "의원들이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다"고 역공했다. 辛위원장은 김홍일 의원에 대한 탈당 요구에 대해서도 "구시대의 유물과 단절하고 새시대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고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쇄신파의 차별화 건의안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면서 "결국은 金대통령과 후보의 결단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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