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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도 단골출연이 있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힘들지?"

나이트클럽에서 같이 일하는 경애(김현수)에게 평소 그녀를 짝사랑하던 웨이터 사군(전성훈)이 슬쩍 박카스를 건네는 '울랄라 씨스터즈'의 한 장면이다. 히트한 CF 내용을 그대로 빌려왔다. 지난 주 개봉한 '뚫어야 산다'에는 아예 박카스만 마시면 괴력을 발휘해 사고를 치는 '박카스 맨'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 자사의 제품을 등장시켜 인지도를 높이는 'PPL(Products Placement)'은 1999년 '쉬리'의 성공 이후 활발해졌다. 올 상반기 제작된 한국 영화의 PPL 대표 주자는 박카스다. 개봉작으로 위의 두 편 말고도 '피도 눈물도 없이''네 발가락'등이 있으며 '챔피언''튜브''오아시스'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상반기 최대 화제작인 '챔피언'에서는 김득구(유오성)가 어려웠던 시절 체육관에서 동료들과 병 뚜껑에 박카스를 따라 나눠마신다는, 꽤나 비중이 큰 설정이다.

박카스의 제조업체인 동아제약이 PPL을 하는 조건으로 제작사들에 지불하는 금액은 적게는 5백만원부터 많게는 3천만원까지다. TV 9시 뉴스에 붙는 CF의 단가가 보통 1천만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할 때 만만치 않은 액수다. 그럼에도 박카스가 영화 PPL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한 제품 광고보다 '정(情)'을 중시한다는 기업 이미지 홍보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박카스가 쓰이는 맥락을 유심히 살펴보면 등장인물 간의 '소통'의 도구인 경우가 많다는 게 동아제약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령 배두나·김석훈 주연의 액션 블록버스터 '튜브'에서는 말썽을 빚어 좌천당한 형사 김석훈이 형사반장(임현식)과 싸운 뒤 화해를 청하는 의미로 책상에 박카스를 슬쩍 놓고 나가는 식이다.

PPL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용의 미덕이다. 지나치면 관객들의 거부감도 크다. 그래서 좀더 부각시켜 달라는 쪽과 '튀면 곤란하다'는 제작사(감독)가 아웅다웅하는 일도 잦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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