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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폭탄 공격 멈출 수 없어" : '하마스<팔 무장단체>' 대변인 이자하 한국 언론 첫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결단의 길'로 명명된 이스라엘군의 새로운 대테러 작전이 임박한 25일. 전운이 짙게 드리운 가자지구의 뒷골목에서 자폭공격으로 악명높은 팔레스타인 최대의 무장단체 하마스의 대변인 마흐무드 이자하(57)를 만났다. 가자 출신인 그는 20대 초반 이집트의 카이로 의대에서 수학한 뒤 가자에서 외과의원을 열었다가 30대 초반부터 팔레스타인 게릴라 조직에 가입,활동해왔다. 1990년대 내내 하마스 대변인으로 활동해 온 그는 이스라엘군의 추적을 피해 이날 여러 차례 인터뷰 장소를 옮긴 끝에 오후 5시쯤 자신이 한때 일했던 병원 사무실로 기자를 불러들였다. M16 소총을 든 하마스 대원 네명에 둘러싸여 나타난 그는 눈매가 날카로운 전형적인 투사의 모습이었다. 마침 전날 이스라엘군 헬기가 가자지구 상공에서 난사한 총탄에 하마스 간부 등 6명이 숨진 탓인지 그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한국인들은 팔레스타인의 독립 열망을 충분히 이해한다.그러나 민간인에 대한 자폭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원치 않는다. 그러나 이스라엘인 중에 민간인은 없다. 민간인으로 보이는 자들은 군복만 입지 않았지 언제든 예비군복을 입고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죽일 준비가 돼 있는 군인들이다. 전국민이 군인인 이스라엘을 상대로 우리는 맨주먹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도 민간인 살상

-그래도 자폭공격으로 아이들까지 희생되는 것은 문제 아닌가.

"아이들? 팔레스타인 아이들이야말로 최대의 희생자다. 어제도 이스라엘군은 우리 조직원 한명을 죽이려고 그 옆에 걸어가던 아이들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민간인 20여명을 살상했다."

-어쨌든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국제사회의 상식 아닌가.

"국제사회에서 한 나라가 독립을 이루는 길은 첫째 협상, 둘째 전쟁이다. 우리는 무려 50년 동안 이스라엘과 협상을 벌였지만 이스라엘은 번번이 우리를 속이고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 그래서 우리는 정당한 전쟁으로 노선을 바꿨다. 이스라엘이 모든 점령지를 내놓고 물러갈 때까지 우리는 전쟁을 중지할 수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어제 새 중동평화안을 발표했는데.

"부시 대통령은 한마디로 영어로 포장된 히브리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미국판 리쿠드당(이스라엘의 강경우파 여당)을 창당했다. 그는 이를 통해 스스로 미국이 시온주의자들의 소굴임을 입증했다. 한마디만 하겠다. 그 누가 남의 나라 지도자를 제 마음대로 바꾸라고 명령할 수 있는가."

-부시 대통령은 타협안으로 팔레스타인 임시국가 승인 방안을 제시했는데.

"국가란 땅과 국민과 주권으로 이뤄지는데, 임시국가는 땅을 언제든 뺏길 수 있고 국민을 언제든지 적국의 노예로 전락시킬 수 있으며 주권 역시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돼 버릴 수 있는 허깨비 같은 존재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말도 안되는 수작을 집어치우고 어서 이 땅에서 물러나야 한다."

부시는 시온주의자

-'땅과 평화의 교환' 정신으로 온세계가 환영한 오슬로 협정을 반대하는 이유가 뭔가.

"이 땅은 지난 2천년 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신성한 무슬림(이슬람교도)의 땅이다. 모든 무슬림은 이 땅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 당신 같은 한국인도 무슬림이라면 이 땅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슬림을 말살해 온 이스라엘은 절대 주인이 될 수 없다. 그들이 이 땅에서 물러나는 날 정의는 이뤄진다. 그 점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땅을 나눠 갖는다고 규정한 오슬로 협정은 정의를 뒤집는 협잡이다."

-샤론 총리가 하마스 말살을 다짐했다. 좀처럼 공격하지 않았던 가자지구에도 대규모 보복전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전혀 두렵지 않다.1백% 승리를 확신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스라엘과 단기간에 싸워 이긴다는 식의 유치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 땅에 정의를 이루기 위한 오랜 도정(道程)에 있다. 지금의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무장봉기)는 지난 2천년간 팔레스타인인들이 펼쳐온 투쟁의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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