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트호벤서 펄펄 이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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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 중에도 몸 관리를 잊지 않는 "성실맨" 이영표가 군포의 한 스포츠센터를 찾아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군포=장혜수 기자

"실력 있는 후보보다 실력 없는 주전이 괴로운 법. 나 역시 후배들에게 밀릴 수 있지요. 그래서 내가 할 일은 최고의 실력과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겁니다."

해외파 축구선수 중 올해 최고의 해를 보낸 이영표(27)가 모처럼 푹 쉬고 있다. 소속팀인 네덜란드의 PSV 에인트호벤으로부터 지난 20일 겨울휴가를 받아 귀국했다. 지난해 결혼한 부인 장보윤(26)씨와 경기도 산본의 부모 집에서 내년 1월 5일까지 머물 예정. 그를 지난 27일 산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만났다.

-두 시즌 만에 팀에서 완전히 자리 잡았다.

"한 경기 한 경기 하다 보니 25경기에 풀타임 출장했다. 그걸 목표로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내 스스로 즐겁게 뛰었는지, 팬들이 내 축구를 고급축구라고 느꼈는지가 더 중요하다."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지난 18일 로다JC에 0-2로 진 리그경기가 힘들었다. 무패행진(16경기)을 마감했다. 패한 경기는 늘 힘들게 느껴진다.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경기는 라이벌인 아약스(10월 24일, 2-0 승).페예노르트(12월 12일, 3-3 무)와의 리그경기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두 번의 아스날 전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2차전에서 내가 강하게 압박하자 프레드릭 융베리가 '왜 그리 거치냐'고 투덜대더라."

-외국생활 적응은 잘 되고 있나.

"문화 차이, 의사소통 문제, 외로움 등 어려움을 예상하고 나갔는데도 막상 닥치자 더 힘들었다. 영어는 이제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다. 잘은 못해도 감독.동료가 잘 알아서 들어준다. 공식 인터뷰는 통역을 쓴다. 첫해에는 운동 이외의 시간을 혼자 보내려니 외로웠는데 지금은 아내가 있어 괜찮다. 내년 5월 아이도 태어난다."

-대표팀 얘기 좀 해보자.

"지난해 오만 쇼크에 이어 올해 몰디브 무승부까지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그래서 '선수들이 월드컵 4강에 도취해 정신이 해이해졌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건 아니다. '실력이 안 된다'는 몰라도 '열심히 안 한다'엔 동의할 수 없다. 외국인 감독이 선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 선수가 바뀌어 조직력이 무너진 점, 훈련기간이 짧은 점, 상대가 죽기살기로 나온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며칠 전 독일과의 평가전에서는 새 얼굴들이 잘 뛰었는데.

"그래서 주전 경쟁 얘기가 나온 것도 안다. 나는 한국의 수많은 윙백 중 한명이다. 대표팀 윙백이 내 자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모두에게 열린 자리다. 대표팀 주전으로 뛰고 싶지만 대표팀은 실력과 컨디션이 제일 좋은 선수로 짜여야 한다."

군포=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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