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불복" 이번엔 여당 측서 대법원에 제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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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크라이나 정국이 또다시 혼란에 빠져들 조짐이다. 결선 재투표 결과 빅토르 유셴코 야당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그러나 빅토르 야누코비치 여당후보가 불복을 선언했다. 야누코비치 후보의 핵심 측근인 교통부 장관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여당, 결과 불복=중앙선관위는 이날 "99.89% 개표 결과 유셴코가 52.01%를 득표, 44.18%를 얻은 야누코비치를 7.8%포인트 차(약 230만표)로 누르고 당선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유셴코 지지자들은 승리 자축 시위를 계속했다. 키예프 독립광장에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그러나 야누코비치 총리는 27일 "선거에서 헌법과 인권이 침해됐기 때문에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신체장애인.노약자 등 480만명 이상이 투표에 참가할 수 없었다"며 "투표 결과 무효화를 대법원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누코비치는 "감정이 격앙된 일부 지방의 지지자들이 키예프로 몰려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야당 측은 "야누코비치 진영이 돈을 주고 지방 주민들을 부추겨 상경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여당 핵심 측근 사망=야누코비치 후보의 핵심 측근인 호르히 키르파(58) 교통부 장관이 27일 키예프 외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언론들은 "시신 옆에서 권총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야누코비치 후보를 적극 지원했던 키르파 장관은 지난달 21일 대선 결선투표 당시 열차를 동원해 여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대거 수송하는 등 선거 부정을 주도했다.

◆ 세계의 반응=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대선은 우크라이나 민주주의의 역사적 순간"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 유셴코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외교적 타격을 받게 된 러시아는 침묵하고 있다.

키예프=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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