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예측 못할 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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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독일이 예전의 월드컵 4강전에서 한국을 만났다면 결승전으로 가는 무료통행권(프리 패스)을 받았다고 기뻐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로이터 통신이 전세계에 타전한 한국-독일의 4강전에 대한 예상기사의 첫 문장이다.

세계 주요 외신들은 한국대표팀의 눈부신 활약을 높이 평가하면서 "독일과의 4강전은 경기가 끝나기 전에는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터키의 4강전은 브라질 쪽에 승산이 높다고 분명히 예측한 것과는 사뭇 다른 논조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3일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신데렐라 스토리'에 비유하면서 한국이 독일을 이기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독일은 미국과의 8강전에서 미국에 밀리다가 어렵게 1-0으로 이겼지만 한국은 예선리그에서 미국에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는 점을 들어 한국은 독일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팀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한국은 불가능을 이뤄낼 준비가 된 팀"이라고 극찬했다.

프랑스의 유일한 스포츠신문 레퀴프는 "한국팀은 유럽의 강호들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탐욕자들"이라고 비유하면서 "한국이 독일을 제물삼아 결승에 진출할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TF1방송도 "한국이 특히 유럽의 우승후보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면서 "마지막 남은 독일 역시 한국과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BBC스포츠는 "한국팀은 경기마다 예상을 뒤집는 결과를 냈고 독일은 아슬아슬하게 4강에 진출했다"면서 "한국의 골잡이 안정환과 독일의 골키퍼 올리버 칸의 대결, 백전노장 홍명보와 득점선두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대결이 승부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P통신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투지, 정교한 패스, 적시에 터지는 골과 약간의 행운, 이 모든 것이 결합해 한국팀은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면서 "두차례의 연장전 승부를 펼치고도 이틀밖에 쉬지 못하는 한국팀이 여전히 체력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지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언론들은 한국팀 승리의 또다른 원동력으로 국민적인 응원열기를 꼽는 것을 잊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독일도 4강전에서 열광적 응원에 대한 별다른 해법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열번째 4강에 진출하고 일곱번째 결승 진출을 노리는 독일은 이탈리아나 스페인과 달리 응원열기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노련한 팀"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파리=신중돈·이훈범 특파원,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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