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붕대 감은 채 몸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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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을 하루 앞둔 21일 광주 지역의 오후 3시 기온은 평년보다 2도 가량 높은 29.5도였다.

광주지방 기상청은 22일 오후 기온은 28도에 구름이 잔뜩 끼여 후텁지근한 날씨가 될 것으로 예보했다.

햇빛의 강도가 수그러든 오후 5시30분 광주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한국 대표팀은 평소처럼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이탈리아전에서의 체력 소진을 극복하기 위해 컨디션 회복에 이틀간 공들인 결과 선수들의 몸놀림은 대체로 가벼워 보였다.

특히 탈진 직전에 이르렀던 수비수 최진철과 포지션을 옮겨다니며 운동량이 많았던 미드필더 유상철의 모습도 활기차 보였다. 또 이탈리아전에서 발목을 접질린 김남일은 물론 코뼈가 주저앉았던 김태영도 코에 보호대를 댄 채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가했다.

대표팀은 처음 15분만 훈련 모습을 공개한 후 곧바로 비공개 훈련에 들어가 한시간 가량 스페인전에 대비한 세부 전술을 가다듬었다.또 21일과 22일 이틀간 스페인 경기 편집 비디오를 시청할 예정이다.

훈련 후 황선홍은 "스페인-아일랜드전에서 스페인 선수들의 체력은 그리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 반면 우리 선수들의 체력은 워낙 뛰어나다"며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올라가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종국은 "이번 대회에서 바라던 것을 모두 이뤘기 때문에 스페인전에서는 오히려 부담없이 싸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스페인은 개인기가 뛰어나지만 미드필드부터 압박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에서 훈련했던 스페인 선수단은 21일 오전 전세기편으로 광주공항에 도착,곧바로 광주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오후 1시쯤부터 한시간 정도 실시된 훈련에는 부상했던 라울(25·레알 마드리드)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오른쪽 허벅지에 붕대를 감은 채 필드에 나온 라울은 조깅으로 몸을 푼 뒤 가벼운 드리블과 볼터치·패스 등을 했다. 격렬한 몸놀림은 하지 않았다.

또 훈련 도중 그라운드에 누운 채 발 마사지를 받고 이후 벤치에 앉아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기도 했다.

스페인은 이날 훈련에서 수비수 네명과 미드필더 네명, 스트라이커 한명 등 총 아홉명으로만 30여분간 전술훈련을 실시했다. 라울의 출전을 염두해 둔 것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한 대목이다.

수비진에는 엔리케 로메로-이반 엘게라-페르난도 이에로-카를레스 푸욜, 미드필드에는 루이스 엔리케-후안 카를로스 발레론-루벤 바라하-가이스카 멘디에타, 그리고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를 원톱으로 세웠다.

훈련을 마친 후 공격수 모리엔테스는 "이번 기회로 1950년에 이어 4강 신화를 재현하겠다"고 한국전 결의를 밝혔다. 그는 또 "라울 없이도 충분히 한국을 이길 비책이 있다"면서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경기인 만큼 흥분하지 않고 냉정하게 경기를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신준봉·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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