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국인… 스페인전 승리 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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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나는 한국사람이고 스페인전에서 한국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2002 한·일 월드컵 8강전 한국-스페인전을 하루 앞둔 21일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 선생의 미망인 로리타 안(83·사진)여사는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팀이 한 경기, 한 경기 이길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페인의 휴양지 마요르카섬에서 외손자와 함께 지내고 있는 로리타 여사는 평소에는 TV를 잘 보지 않았지만 월드컵 개막 후에는 한국팀 경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한번도 빼놓지 않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출신으로 1946년 마요르카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부임한 안익태 선생과 결혼한 그녀는 65년 마요르카섬에서 안선생이 59세를 일기로 작고한 후에도 한국 국적을 갖고 있을 만큼 남편의 조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월드컵 한국 경기 때 경기장은 물론 길거리 응원전에서 애국가가 널리 애창되고 있는 데 대해 로리타 여사는 "애국가가 응원가로 사랑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한국민이 애국가를 사랑해줘 정말 고맙고 마치 한국에 있는 것처럼 기쁘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축구를 좋아한다는 로리타 여사는 "한국에서 월드컵을 보고 싶었으나 여러가지 여건상 한국에 가지 못해 안타깝다"며 "오직 한국팀만을 응원한다"고 한국의 8강 진출을 기뻐했다.

외손자 미구엘은 "방송에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한국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신다"며 로리타 여사의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스페인도 강팀이지만 이탈리아를 꺾은 한국이 충분히 스페인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나도 한국팀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현지시간으로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또렷한 목소리로 "한국에서 연락을 해줘 정말 고맙다"며 반가워한 로리타 여사에게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진한 애정이 느껴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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