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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생기면 남북한 가장 큰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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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해는 아주 민감한 바다다. 한국과 미국이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하면 한반도 정세에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천안함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해 미국과 중국 간에 갈등이 생기면 남북한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것이다.”

중국 외교부 산하 중국국제문제연구소(CIIS)의 취싱(曲星·54·사진) 소장은 7일 본지를 비롯한 주요 외신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연구소는 중국의 외교안보 전략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다.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관 공사를 거쳐 1월에 부임한 취 소장은 현직 외교관이다.

한·미가 서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추진 중인데 대해 취 소장은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번 군사 훈련은 필연적으로 중국인들을 민감하게 만든다”며 “중국인들의 반응뿐 아니라 북한 측의 반응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가 매년 군사훈련을 할 때 남북 관계가 완화됐는지 긴장이 고조됐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엄격히 말해 서해에는 공해(公海)가 존재하지 않고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있다”며 “EEZ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더라도 주변국의 컨센서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항공모함이 중국의 반대에도 서해 진입을 강행할 경우 중국의 군사적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는 직답을 피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5월 방중과 관련, 취 소장은 “천안함 문제가 논의됐으며 김 위원장이 천안함과 무관하다고 확실하게 말했다”고 확인했다. <본지 5월 29일자 1면>

취 소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이 연구소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중국 지도자에게 직접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이 무슨 함의가 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부인한 만큼 어떤 증거가 나와도 북한은 천안함 사건을 시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후계 문제에 대해 취 소장은 “후계자 문제는 북한의 내정”이라며 “누가 후계자가 되든 중·북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국에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60주년에 대해 취 소장은 “다시는 한반도에 60년 전과 같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남북의 긴장이 완화되고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사회로 나오고 한반도가 평화적·자주적으로 통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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