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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길은 첨단 IT 깔린 쌍방향 정보통신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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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산업개발 위주 도로에서 친환경 녹색성장 도로로의 변신’.

국내 고속도로가 당면한 숙제다. 산업화 시대에는 고속도로가 경제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했지만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친환경 녹색성장이라는 새 흐름에 부응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고속도로는 양적 성장 위주였다. 경인·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최근까지 건설돼 운영 중인 고속도로는 민자고속도로 6개를 포함해 31개 노선, 3776㎞다.

현재 고속도로 정책의 기본틀은 ‘7×9’다. 남북 7개축, 동서 9개축의 격자형 국토간선도로망을 구축해 국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2000년대 초반 수립된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6~2020년)에 명시돼 있다. 이르면 2020년께 완료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두 배 가까운 6000㎞대로 확대된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친환경 녹색성장이 강조되고 전 세계적으로도 CO2 배출 절감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도로정책도 변화를 맞고 있다. 국토해양부 박기풍 도로기획관은 “양적 확대보다는 첨단교통시스템 개발과 녹색교통 강화 쪽에 정책의 중심이 맞춰졌다”며 “특히 기존 도로의 이용을 효율화하기 위한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기술 개발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마련한 ‘도로사업 효율화 방안’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 방안은 도로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발생된 비효율적 투자, 환경 훼손 등의 부작용을 해결하고, 도로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에 따르면 무조건적인 확장을 지양하는 대신 교차로 개선 등 기존 도로 개량사업 비중을 확대한다. 수요를 부풀려 도로를 건설하는 기존 관행도 차단하기로 했다. 도로주변 생태, 식생과 문화 등을 고려한 친환경·경관도로 조성 기준도 정비키로 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권영종 박사는 “종전보다 양적 확대는 다소 주춤하겠지만 도로의 친환경적·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는 한결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도로분야는 이처럼 내실을 다지는 한편 미래를 위한 힘찬 도전도 준비 중이다. 스마트하이웨이(Smart Highway)와 아시안하이웨이(Asian Highway)가 대표적이다.

◆‘정체·사고·정차 없는’ 첨단도로=스마트하이웨이는 첨단 IT와 자동차, 도로기술이 융·복합된 실시간 쌍방향 정보통신도로다. IT기술을 활용해 자동차와 자동차 간 의사소통은 물론 앞차와 뒤차의 자동간격 조절도 가능하다. 안개 자동제거, 졸음운전 방지 등 첨단기술도 적용된다. 겨울철 노면이 어는 것을 막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무정차 통행료 정산시스템도 도입된다. 하이패스 장착 차량은 시속 30㎞ 이내로 달려야 인식이 가능하지만 이 시스템에서는 100㎞ 이상 달려도 된다.

고속도로 교통정보도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한국도로공사 최고일 스마트하이웨이 사업단장은 “이용자 중심의 미래지향적인 도로를 재창출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로 유럽까지=1992년부터 아시아지역의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위해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 이사회 주도로 마련된 사업이 ‘아시안하이웨이’다. 총연장 14만㎞로 아시아 32개국을 연결하게 된다. 2005년 7월 해당 32개국 정부의 협정으로 사업추진이 공식화됐다. 총 55개 노선 중 한국을 관통하는 노선은 제1 노선과 제6 노선이다. 제1 노선은 일본 도쿄∼부산∼서울∼평양∼중국∼베트남∼태국∼이란∼터키 등으로 이어진다. 제6 노선은 부산∼강릉(동해안 7번 국도)∼원산∼러시아(하산)∼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 서부를 연결하게 된다. 서울에서 유럽까지 자동차로 달릴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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