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자일지뉴·찰튼… 축구영웅들의 명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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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21일 열릴 브라질-잉글랜드의 8강전을 앞두고 32년 전에 벌어졌던 양 팀간 대결이 되살아나고 있다.

최전성기의 남미, 유럽축구의 수장들이 진검승부를 가렸던 당시 상황이 호나우두·히바우두-베컴·오언이 맞대결하는 오늘 경기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1970년 6월 7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할리스코 스타디움. 브라질은 축구황제 펠레-자일지뉴-히벨리노 '트로이카'를 스타팅멤버로 내세웠고 잉글랜드는 66년 제8회 잉글랜드월드컵 우승의 주역 보비 찰튼과 보비 무어, 그리고 신의 손 고든 뱅크스가 포진했다.

전반 10분 현란한 드리블로 잉글랜드 문전을 파고 든 자일징요가 왼쪽 골포스트 쪽에 있던 펠레에게 띄워준 공은 황제의 이마에서 정확히 골문 바닥을 향해 튀어나갔다. 펠레와 관중들이 '골'을 환호하는 순간 볼은 몸을 날린 잉글랜드 골키퍼 뱅크스의 손을 맞고 골대 위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사진).

펠레는 수년 뒤 "분명 뱅크스는 반대편에 있었고 골대는 비어 있었다. 슛과 동시에 뱅크스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뒤틀며 골을 쳐내는 불가능한 장면을 연출했다"고 회고했다.

잉글랜드도 반격에 나서 지오프 허스트와 프란시스 리가 두 차례 기회를 만들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후반 14분 다시 브라질의 공격. 토스타오가 드리블로 수비수 세명을 차례로 제치며 잉글랜드 문전 외곽을 돌파, 펠레에게 넘겼다. 펠레가 반사적으로 튀겨낸 볼은 쇄도하는 자일지뉴의 발에 걸렸다. 대포알 같은 슛이 네트 상단을 갈랐고 경기는 1-0, 브라질의 승리로 끝났다. 이날 경기는 열광적인 브라질 팬들이 승리의 일등공신이란 유명한 일화도 갖고 있다.

잉글랜드는 브라질과 월드컵 역대전적 2패1무를 포함,통산 20전3승8무9패로 뒤지고 있다.85년 이후 A매치 전적은 1승4무2패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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