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잘해왔고 한 단계씩 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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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젠 더 이상 '돌풍'의 팀이 아니다. 누구나 한국팀을 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이 키워낸 한국 축구팀이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시종 흐뭇한 표정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스페인과의 8강전을 앞둔 20일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한 전술 훈련에서 그런 모습은 쉽게 확인됐다.

훈련을 마친 뒤 그는 "대회가 진행될수록 모두 한국팀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비록 강력한 우승 후보(favorite)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잘해 왔고 여전히 한 단계씩 전진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이뤄낸 성과가 '식은 죽 먹기(piece of cake)'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는 것도 알아주기 바란다"는 말로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한없이 부풀어 오르는 기대감에 대해선 경계했다. 히딩크 감독은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 우리가 세계적인 강팀이 된 것은 아니며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40위라는 현실을 생각해야 된다"고 했다.

한편 대표팀의 이날 오전 훈련에는 윤정환·이을용·최성용 등 백업 요원과 이탈리아전에서 풀타임을 뛰지 않았던 차두리·이천수 등 13명 및 골키퍼들이 참가했다. 이탈리아전에서 1백17분간의 사투를 벌였던 주전들은 숙소에서 체력 회복에 전념했다. 히딩크 감독이 이처럼 주전들에게 긴 휴식 시간을 준 것은 8강전 상대인 스페인보다 짧은 회복 시간 때문이다.

그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휴식"이라며 "스페인의 이점은 좋은 프로 리그를 운영하며 축적된 경험에도 있지만 현재로선 우리보다 이틀이나 긴 휴식 기간"이라고 말했다.

오전 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은 달리기와 공뺏기 훈련 등으로 몸을 푼 뒤 운동장 반을 이용해 7대7 미니 축구로 실전 감각을 유지했다. 이어 좌우 측면 돌파에 이어 크로스로 연결된 공을 마무리하는 훈련과 월패스로 중앙돌파한 뒤 슈팅까지 연결하는 전술 훈련을 병행했다.

이날 오전 훈련은 10시30분부터 1시간30분 가량 진행됐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진행된 비공개 훈련 때는 부상이 심한 최용수 등 일부 선수를 제외한 전원이 참가해 스페인전에 대비한 전술 훈련을 했다.

박지성·김태영·김남일 등 부상 선수들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회복 시간이 짧은 것이 문제며 스페인전 기용 여부는 마지막 훈련이 끝난 뒤 선수 상태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21일 오전 대전을 출발해 숙소인 광주 콘티넨탈호텔에 여장을 푼 뒤 오후 5시부터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스페인전을 앞둔 비공개 마무리 훈련을 한다.

대전=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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