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응원 다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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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70만명(4일 폴란드전)→1백40만명(10일 미국전)→2백70만명(14일 포르투갈전)→4백20만명(18일 이탈리아전).

세계적 명물이 된 '길거리 응원'의 인파 규모다. 22일 스페인전은 최소 5백만명이 넘을 것으로 경찰은 본다.

갈수록 커진 규모만큼이나 참가자들의 '성분'도 다양해졌고 그들이 연출하는 풍경도 각양각색이다.

한편에선 길거리 응원의 원조인 붉은 악마의 질서의식이 이렇듯 수많은 군중의 참가로 흐트러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 좀 봐줘요'형=응원보다 요란한 멋내기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는 젊은 여성층이 신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페이스 페인팅은 기본이고 붉은색 티셔츠의 소매를 없애거나 배꼽티로 개조하고, 붉은색 두건으로 조화를 이룬다. 이들의 경쟁적인 눈길 끌기로 태극기로 만든 미니스커트·원피스·탱크톱은 새 패션이 됐다. 붉은 티셔츠를 입힌 애완견을 동반하는 일도 흔해졌다. 남성들도 맨몸 물감칠 등 대담해지는 추세다.

◇인파 구경이 목적=평생 한번 볼까 말까한 '길거리 응원'의 역사적 현장을 직접 보러 나선 시민들.

포대기에 아기를 업고 나온 아줌마, 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선 할머니, 노인정에서 단체로 구경나온 할머니·할아버지 등이다.

이들은 전광판이 잘 보이지 않는 가장자리나 맨뒤에 자리잡고 경기보다 응원 군중의 열기를 바라보며 덩달아 즐거워한다.

◇달갑잖은 부류도=이밖에 서울 신촌·강남 등지에는 만취한 상태로 폭주족 등의 행세를 하는 '아류 훌리건'들도 적잖이 등장했다. 붉은 악마들이 모아놓은 쓰레기를 오히려 발로 차 흐트러뜨리거나 기분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미꾸라지들이다.

경찰은 특히 낯선 젊은 여성들을 껴안거나 더듬어 보려는 목적으로 나선 '흑심파' 단속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손민호·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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