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응원 갈증 싸악~ '페트병 수돗물'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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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월드컵 길거리 응원단에게 '페트병 수돗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무더운 날씨 속에 수십만명이 한꺼번에 몰려 목이 터져라 "필승 코리아!"를 외치다 보면 갈증을 풀어줄 시원한 음료를 찾게 마련인데 서울시가 공짜로 나눠주는 페트병(0.5ℓ짜리)에 담은 수돗물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과 14일의 한국-미국전과 한국-포르투갈 경기 때는 각각 5천병, 18일 한국-이탈리아 경기에서는 1만병이 순식간에 동났다.

붉은 악마 이성년(17)군은 "집에서는 생수만 마셔 수돗물 맛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상수도사업본부도 바빠졌다.

오는 22일 스페인과의 8강전은 한낮(오후 3시30분)에 열려 더 많은 시민이 물을 찾을 것이 확실해 하루 2천병을 생산하는 강북정수장을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시가 페트병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한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팀이 4강에 오를 경우 다른 정수장에서도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상수도사업본부 조원필씨는 "월드컵 열기로 수돗물에 대한 불신도 수그러들기 시작한 것 같다"며 "빈 페트병은 재활용함에 반드시 넣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시는 연간 40만병의 페트병 수돗물을 공공·민간 단체 행사장과 수해지역 등에 무료 공급하고 있다. 한 병 원가(페트병+수돗물)는 1백2원이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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