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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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머니의 드넓은 물에서

나는 겨울에 태어났다

이월의 어느 밤

그보다 몇 달 전

봄이 한창이던 때

우리 부모 사이에

불꽃놀이가 벌어졌었다

그것은 생명의 태양이었다

난 이미 그 속에 들어앉아 있었고

그들은 내 몸에 피를 쏟아 넣었다

그것은 샘에서 나온 포도주였다

지하창고의 포도주가 아니라

나도 어느 날

그들처럼 떠나리라.

-자크 프레베르(1900~77)'축제':김종호 역

이 세상에서 사람은 상록수 방식으로 사는가, 활엽수 방식으로 사는가. 학생들한테 물으면 열 중 아홉은 활엽수 방식이라 한다. 그럴까. 가을되면 다리털이 다 빠지고, 머리카락 떨어져 대머리 되고, 가을 되면 대구 시민들 다 죽어버리는가. 봄이 오면 다리털이 자라나고, 번쩍이는 대머리에 머리카락 무성하고, 봄이 오면 대구 시민들 신천 강변의 억새처럼 되살아나는가. 이 착각이 어디서 오는지는 몰라도 인도에서 불교가 발달한 것은 잎 지고 잎이 나는 북방에서라고 한다. 삶과 죽음이 불편한 자여, 동네 뒷산의 소나무 밑에 가 보아라.

이성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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