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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 자유무역지대 만들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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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달 나는 이 칼럼난(11월 16일자)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APFTA)를 옹호했었다. 당시 수많은 한국 독자가 이 주제를 좀 더 다뤄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APFTA가 필요한 이유를 다시 새겨본다.

첫째, 아태 지역에는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려는 자발적 움직임이 있다. 10년 전 인도네시아의 아태경제협력체(APEC) 보고르 선언 때는 없던 것이다.

둘째, APFTA는 역내에서 체결되고 있는 일련의 양자 간 FTA나 투자협정보다 더 심층적이고 포괄적이며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것이다.

셋째, 양자 협정은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양자 협정을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어려움과 비용이 경시된다는 점이다.

APFTA는 양자 협정이나 소규모 지역 간 협정으로 형성된 네트워크가 초래하는 위험을 피해간다. 이런 협정들은 태평양 한가운데 선을 그어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특혜 블록으로 갈라 놓음으로써 두 지역 간의 교역을 방해할 것이다. 이 때문에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2004 APEC 회의에서 APEC 기업자문위원회(BAC)가 APFTA 개념을 제기했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어떤 조치가 이뤄진다면 한국이 2005 APEC 주최국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APFTA 개념에 매력이 있다면 이제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일찍이 이를 위해 고위급 국제 자문그룹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APFTA를 실현하기 위해 상세한 계획을 짜는 것이 자문그룹의 역할이다. 자문그룹은 아태 지역에서 자유무역을 원칙적으로 승인한 1994년 보고르 회의에서도 유익한 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아무런 구체적 계획을 만들지 않았다.

이제 그런 계획이 필요하다. 자문그룹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까. 목표를 옹호하는 차원을 넘어 자문그룹은 자유무역의 달성을 막는 주요 '장애물'을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 APFTA가 당연히 맡게 될 새로운 영역에 대해 조언을 해야 한다. 즉 APFTA는 당연히 가시적인 목적인'세계무역기구(WTO)+'를 달성해야 한다. 그건 현재의 WTO 협정의 통상과 투자 자유화 조항을 넘어서는 것이다.

APFTA에서는 2003년 멕시코 칸쿤 WTO회의 때 뭉개졌던 '싱가포르 이슈'를 실질적으로 되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이슈에는 투자, 경쟁, 교역촉진, 정부 조달의 투명성 등이 포함된다.

또 APFTA에서는 서비스 부문 자유화가 WTO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다. 이 점에서 WTO의 '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은 서비스 자유화의 큰 틀을 정했지만 더 실질적인 자유화는 이루지 못했다. 아마도 APFTA에서는 WTO보다 더 빠른 일정표에 따라 서비스교역을 더 자유롭게 할 것이다.

대부분의 장애물은 APEC 회원국들이 모색하는 대로 '부문을 특정하는 예외'의 형식을 띨 것이다. 따라서 자문그룹은 다음 APEC 회의 전에 장애물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심각한 잠재적 장애물은 중국과 미국 사이의 통상 관계가 될 것이다. 이 두 나라 관계의 복잡함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조언하는 게 중요하다. APEC 주최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이 열매를 맺으려면 자문 그룹을 이른 시간 안에 출범시켜야 한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낙관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불행히도 일부 한국 공무원들은 APFTA를 향한 노력이 실패하거나 성취하기 어려울 거라고 비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단지 실패를 보증할 뿐이다. 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목적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보다 낫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그 목적은 실현할 수도 있었는데 기회만 놓쳤다"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정리=장세정 기자

에드워드 M 그레이엄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